무역보험공사,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보증에 출연금 바닥(종합)

입력 2017-10-16 20:58
수정 2017-10-16 20:59
무역보험공사,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보증에 출연금 바닥(종합)

"이명박 정부 때 보증 강화…추가 자원개발 손실시 잔액 불충분"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공기업 등이 추진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면서 한국무역보험공사가 해외자원개발투자의 손실을 보증할 목적으로 마련한 기금 대부분이 바닥났다.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실이 무역보험공사에서 받은 '해외자원개발지원펀드보험 지원 내역'에 따르면 무역보험공사가 해외자원개발펀드의 손실을 보전할 목적으로 운영하는 투자위험보증계정의 잔액은 현금 기준 3천620만달러(약 400억원)다.

이 계정은 무역보험공사가 국내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무역보험기금과는 별도다.

당초 무역보험공사는 지금까지 투자위험보증계정에 총 2천486억원을 출연했지만, 올해 4월 미국 샌드리지 육상유전 개발사업 손실에 대한 보상금으로 대부분을 사용했다.

무역보험공사는 샌드리지 사업에 투자한 우정사업본부와 에이티넘파트너스 등에 2억4천만달러(약 2천800억원)를 지급했다. 에이티넘파트너스의 경우 민간 부문의 투자까지 무역보험공사가 손실을 대신 떠안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권 의원에 따르면 무역보험공사는 아직 자원개발사업 4건에 총 9억6천만달러의 보험이 설정돼 있다.

이들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만큼을 물어줘야 할 수도 있지만, 무역보험공사는 출연금을 대부분 소진해 지급 여력이 부족하다고 권 의원은 지적했다.

권 의원은 계속되는 저유가로 이들 사업에서도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무역보험공사는 앞으로 발생할 손실 가능성을 고려해 충분한 금액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잔액 3천620만 달러 중 무역보험공사가 향후 발생할 손실 규모를 고려해 책정한 책임준비금이 3천60만달러로 이를 제외해도 약 60억원을 추가로 보유했다는 것이다.

무역보험공사는 2006년부터 연간 100억원을 자원개발펀드보험에 출연했지만, 2011년 이후 금액이 크게 늘었다.

2011년 300억원, 2012년 500억원, 2013년 200억원을 출연하는 등 2006~2015년 총 2천486억원을 출연했다.

권 의원에 따르면 출연금이 2011년 이후 증가한 이유는 2010년 10월 26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개최한 '제13차 에너지협력외교지원협의회'에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자원개발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무역보험공사를 활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시 연기금은 해외자원개발 펀드에 투자할 경우 원금과 일정 수익률 보장을 요구했지만, 에너지 공기업은 수용하기 어려운 입장이었고 그 대안으로 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강화했다.

권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리스크가 큰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투자를 꺼리는 연기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면책 제도, 가점부여, 무역보험공사 보증 등의 무리한 정책을 추진했고 결국 '출연금 탕진' 후폭풍을 맞았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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