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대권 도전 훼방꾼' 어산지는 러 정보기관 앞잡이" 비난
"푸틴 명령 따르는 사람"…어산지 "못 믿을 사람" 반박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를 향해 "러시아 정보기관의 앞잡이(tool)"라며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령을 따르는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패한 힐러리는 16일 저녁 전파를 탈 호주 ABC 방송 시사프로그램 '포 코너스'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어산지가 미국 대선을 훼방 놓고 자신의 대통령직 도전에 해를 끼치기 위해 러시아의 정보활동에 관여했다며 이처럼 거칠게 비난했다.
힐러리는 방송에서 "어산지는 독재자의 명령을 수행하는 허무주의적 기회주의자의 한 부류가 되었다"며 "불행하게도 위키리크스는 이제 실질적으로 러시아 정보기관이 완전히 소유한 부속기관이 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에 대한 러시아 측의 정보활동은 푸틴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그들의 의도는 자신에게는 해를 주고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는 것이었다는 게 힐러리의 주장이다.
힐러리는 국무장관 재직 때 푸틴의 일부 조처들과 함께 그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비난해 푸틴의 반감을 사게 됐다고 덧붙였다.
힐러리는 또 위키리크스가 적시에 자신에게는 피해를 극대화하고 트럼프의 선거 스캔들로부터는 관심을 분산시킨 사례라며 하나의 예를 들었다.
지난해 10월 7일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의 성희롱 사례로 외설적인 발언들을 녹음한 테이프를 공개하자,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위키리크스가 클린턴 캠프 선거대책본부장 존 포데스타의 이메일 2천여건을 폭로했다는 것이다.
이런 위키리크스의 행위는 자신에 대한 어산지의 개인적인 반감에서 나왔다는 게 힐러리의 해석이다.
힐러리는 "내가 국무장관이던 시절 위키리크스가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로부터 나온 많은 민감한 정보를 공개하면서, 나는 그와 많은 사연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힐러리는 이 밖에 어산지가 표현의 자유에 관한 순교자를 자처하면서도 러시아 정부에 상당한 해를 줄 수 있거나 부정적인 정보들은 그쪽으로부터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힐러리 관련 문서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주장을 줄곧 부인해온 어산지는 16일 트위터를 통해 이런 힐러리의 주장을 일축했다.
어산지는 "힐러리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러시아에 대한 가장 최근의 폭로는 3주 전에 나왔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재 영국 런던 내 에콰도르 대사관 안에서 5년 이상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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