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벽 넘겠다"…기능올림픽서 도전장 낸 '남성 3인방'
헤어·화훼·의상디자인 출전…한국, 42개 종목 46명 참가
(세종=연합뉴스) 김범수 기자 =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제44회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국가대표 선수 46명 가운데 헤어·화훼·의상디자인 등 여성의 주 무대였던 종목에 도전한 남자 선수들이 눈에 띈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동에서 처음 열린 이번 대회에는 68개국에서 1천2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하고 있다. 한국은 모바일로보틱스 등 42개 종목에 46명의 선수가 출전해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헤어디자인 김근택(22·안미경헤어비젼), 화훼장식 이건호 선수(20·제일꽃백화점), 의상디자인 문상의(19·인천시여성복지관) 선수 등 '남성 3인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어머니의 권유로 처음 미용을 접하게 됐다는 헤어디자인 종목의 김근택 선수는 "남자가 무슨 미용이냐며 처음엔 안 하겠다고 했지만,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미용학원에 등록했다"며 헤어디자인 직종에 입문한 배경을 웃으면서 설명했다.
그는 "손끝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한두 시간만 잠을 청하고 있다"면서 "금메달을 따서 어머니 목에 걸어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화훼장식의 이건호 선수는 "화훼장식을 한다고 하니 아버지께서 '남자가 하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대학 진학을 권유하신 적도 있다"면서 "지금까지 믿고 응원해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리며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의상디자인 종목의 문상의 선수는 "모든 선수가 실수 없이 대회에서 충분히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면서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제안해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3D디지털게임아트에 출전한 김은호(18·충남디자인예술고) 선수도 자존심을 걸고 종목 첫 금메달에 도전 중이다.
김 선수는 "이 종목은 선례가 없다 보니 저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문자답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첫 번째 금메달리스트가 돼서 후배들에게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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