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풍향계' 베네수엘라 지방선거…야권 절반이상 승리 관측

입력 2017-10-16 02:48
'정국풍향계' 베네수엘라 지방선거…야권 절반이상 승리 관측

23곳 주지사 선출…선거이후 후유증 적잖을 듯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에서 15일(현지시간)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주지사 선거가 시작됐다.

23개 주의 새 주지사를 선출하기 위한 투표가 전국에 마련된 1만3천559개 투표소에서 이날 오전 6시부터 일제히 개시됐다고 국영 VTV 등 현지언론이 전했다. 이번 주지사 선거의 등록 유권자는 1천809만4천65명이다.

티비사이 루세나 선거관리위원회(NEC) 위원장은 "선거가 순조롭게 시작됐다"면서 "2천 명 이상의 국제 선거참관인들이 선거의 공정성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도 동영상 메시지에서 "이번 선거는 우리나라에서 건강한 민주주의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투표를 독려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그들(미국과 대다수 우파 국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독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니다. 우리는 민주적이며 평등의식을 가진 국민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번 주지사 선거는 18년 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후 치러지는 22번째 선거다. 원래는 작년 12월에 실시돼야 했지만, 연기 끝에 이번에 치러지게 됐다.

특히 살인적인 물가상승에다 식품과 의약품 부족 등 극심한 경제난 속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심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선거로 여겨진다.

선거 결과는 마두로 정권과 야권이 도미니카공화국 등의 중재 아래 대화 재개 방안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정국 주도권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각종 여론 조사결과를 보면 우파 야권 연합 국민연합회의(MUD)가 절반 이상의 지역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AP통신 등 외신은 예상했다. 현재 23개 주 중 20곳의 주지사는 집권 여당인 통합사회주의당 소속이다.

그러나 마두로 정권은 이번 선거에 임하면서 자국에 금융 거래 제한 등 잇단 제재를 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개입을 심판하기 위한 투표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민족주의 감정을 건드린 것이다.

투표율이 저조한 가운데 친정부 지지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할 경우 야권과 외신의 예상과 달리 여권 소속 주지사가 상당수 당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야권과 AP통신 등 외신을 중심으로 투표율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선거 개입 의혹과 함께 투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선관위는 올해 상반기 제헌의회 선거를 앞두고 폭력시위가 극심하게 발생한 지역에서 안전을 이유로 274개 투표소를 선거 막판에 이전했다.

여기에다 예비 경선에서 탈락한 야권 후보들의 이름을 투표용지에서 삭제하지 않아 유권자들의 혼동을 부추겼다고 야권은 주장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주지사들은 개헌 권한 등 무소불위의 권한을 지닌 제헌의회에 충성을 맹세해야만 주지사 활동을 개시할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야권 후보자들은 당선되더라도 제헌의회에 충성서약을 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예상대로 야권이 절반 이상의 승리를 거머쥐려면 성난 야권 지지자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AP통신은 진단했다.

야권의 텃밭으로 수도 카라카스를 둘러싼 미란다 주에서는 야권이 대절한 전세버스 등을 타고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시민이 투표소 앞에 긴 줄을 섰다. 반면 다른 지역에 있는 투표소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미란다 주지사 선거에 야권 후보로 나선 카를로스 오카리스는 "일부 야당 강세 지역에서는 투표소가 늦게 문을 여는 바람에 투표에 차질이 빚어졌다"면서 "장애물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투표에 나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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