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폐기 찬성' 단 한명도 없었던 美하원 공청회

입력 2017-10-16 06:01
'한미FTA 폐기 찬성' 단 한명도 없었던 美하원 공청회

"개정협상 통해 車 비관세 장벽 등 개선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미국의 무역정책을 관장하는 하원 세입위원회(House Ways and Means Committee)가 최근 개최한 공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에 반대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개정협상을 통해 자동차 분야와 이행 문제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16일 미 하원에 따르면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무역관계를 확대하기 위한 기회'를 주제로 공청회를 했다.

무역소위는 농수산업, 서비스, 제조업 등 5개 분야의 증인들을 불러 한미 FTA를 비롯한 아태지역 무역 상황에 대해 질의했다. 지난 4일 2차 공동위원회 직후 열린 만큼 미 의회의 한미 FTA 개정협상에 대한 시각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데이브 라이커트(공화·워싱턴) 무역소위원장은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큰 성공이라고 확신한다"며 "발효 5년밖에 되지 않았고 특히 민감한 농산품 등에 대한 관세 양허가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미래에 더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동시에 특정 부분에 대한 한국의 이행 수준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양국에 한미 FTA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한미 FTA 공동위원회 구조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빌 파스크렐(민주·뉴저지) 하원의원은 "한미 FTA는 결함이 있고 한국 시장 진출을 원하는 미국 기업들, 특히 자동차 업체를 위해 개선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한국은 귀중한 무역 파트너로 한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관계자는 "아태지역에서 우리의 경제·정치적 이해관계에 매우 해로울 것"이라며 한미 FTA 폐기에 반대했다.

이 관계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한미 FTA 폐기가 "미국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혀 무역뿐만 아니라 다른 중요한 정치·안보 문제를 다룰 때 다른 국가들에 우리를 따르라고 설득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쇠고기협회 관계자는 "우리는 한미 FTA 폐기로 얻을 게 전혀 없다"며 "한미 FTA를 폐기하면 한국은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40% 관세를 다시 부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미 FTA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미국 제조업연합회(AAM) 스콧 폴 회장은 "한미 FTA로 일자리 7만개를 만들고 수출이 100억~110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는 약속과 달리 한국과의 무역적자가 151억 달러 늘었고 그 결과 일자리 9만5천개 이상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폴 회장은 한국에 진출하려는 자동차 업체들이 수많은 비관세 장벽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 시장을 더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샌더 레빈(민주·미시간) 하원의원도 한미 FTA의 원산지 조항 등을 문제로 언급하고서 "미국의 자동차 업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딜러사 등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대단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자(Visa) 관계자는 한국 금융당국이 한국에서 카드 상품을 출시할 때 미국에서 출시하는 카드와 같은 혜택을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등 국내 카드사를 편애한다고 주장했다.

증인들이 발표를 마치자 론 카인드(민주·위스콘신) 하원의원이 한미 FTA 폐기에 찬성하는 증인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한 명도 손들지 않았다.

앞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미국에서 한미 FTA의 장점을 알리는 '아웃리치(접촉)' 활동을 하면서 라이커트·파스크렐·카인드 등 의원 24명을 만났다.

공청회 내용은 세입위 홈페이지(https://waysandmeans.house.gov/)에서 확인할 수 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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