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의 아내 사망·성폭행 고소 사건 둘러싼 진실 밝혀질까
경찰, 최씨 성폭행 혐의로 의붓시아버지 거짓말 탐지기 조사
이영학 주장·고소장 내용 신빙성 논란…경찰 수사서 밝혀야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사건의 또 다른 의문인 아내 최모(32)씨의 사망과 성폭행 고소 사건의 진실이 이영학 계부 A(60)씨의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통해 밝혀질지 주목된다.
이영학의 가족 간에 발생한 이 두 사건은 딸 친구인 여중생 살해·시신 유기 사건과 서로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검찰에 송치된 이영학이 '아내가 저를 사랑하는 것을 증명하려고 자살했다. 아내의 죽음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언급한 점은 현재 진행 중인 계부 A씨의 성폭행 고소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이영학 아내 최씨의 성폭행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 14일 이영학의 의붓아버지 A씨를 강원지방경찰청으로 불러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했다고 15일 밝혔다.
4∼5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A씨는 전날 오후 6시께 귀가했다.
A씨가 이영학의 아내 최씨를 성폭행한 혐의는 지난달 1일 최씨가 영월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알려졌다.
최씨는 고소장에서 A씨로부터 2009년 3월 초부터 지난 9월 초까지 8년간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는 'A씨가 총기(엽총)로 위협하면서 성폭행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영학과 최씨는 고소장을 제출한 지 닷새 만인 지난달 5일 오전 5시께 추가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성폭행 관련 DNA 등 증거물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이 결과 해당 증거물이 'A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통보를 같은 달 21일 국과수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그사이 최씨는 추가 피해를 신고한 지 하루 만인 같은 달 6일 오전 0시 50분께 서울시 자신의 집 5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고소장 제출과 추가 피해 신고 때마다 아내 최씨와 동행한 이영학이 자신이 남긴 이른바 '유서 동영상'에서도 계부 A씨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이유도 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는 지난달 5일 1차 조사에 이어 한 달여 만에 이뤄진 지난 12일 2차 조사에서도 총기 위협 등 강압이나 폭력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경찰은 A씨의 진술에 거짓이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이날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벌였다.
심지어 이 두 사건은 여중생 살해 사건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를 투입해 이영학을 면담한 결과 아내 사망 이후 성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했고, 성인 여성보다 유인이 쉬운 딸 친구를 범행 대상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영학을 면담한 프로파일러는 "아내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했고, 성인 여성을 생각하다가 여의치 않으니 통제가 쉬운 청소년에게 생각이 미친 것 같다"며 "접촉하기 쉽고 부르기 용이한 딸 친구를 생각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이영학의 주장과 아내 최씨의 성폭행 고소장 내용의 신빙성 여부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대목이다.
경찰은 "최씨의 고소장 내용과 숨지기 전 녹화한 피해 진술, DNA 증거물, A씨의 피의 진술 등을 토대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이영학 계부 A씨의 거짓말 탐지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신병 처리 예부를 검찰과 협의해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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