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초반 맥빠진 '증인 전쟁'…거물급 채택불발·불출석 속출
보수정권·현 정부 유력인사들, 여야 대립에 증인 채택 불발
일부 상임위, 증인 채택 신경전 여전…'정책 국감' 증인 채택 사례도
(서울=연합뉴스) 정당팀 = 국회 국정감사 초반부터 여야 간 '증인 전쟁'이 다소 맥빠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야는 각각 이전 보수정권과 현 정권의 '적폐', '신적폐'를 청산하겠다며 전·현 정권의 실세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불발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 합의로 채택된 거물급 증인들도 각종 사유로 불출석하는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국감이 시작되고 나흘째인 15일 여야 대립으로 증인 채택에 진통을 겪는 상임위원회가 있는 반면 '정책 국감'에 집중하기 위한 증인 채택을 한 곳도 있었다.
◇ 거물급 인사 증인 채택 불발…불출석 사례도
진보진영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책'을 낱낱이 드러내 보이겠다며 옛 정권 실세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시도한 경우가 많았다.
보수야당은 이에 현 정부와 청와대 인사들을 불러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맞섰다.
양측의 입장차가 컸던 만큼 일부 상임위에선 여야 합의 불발로 원활한 증인 채택이 이뤄지지 못했다.
국방위원회는 애초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더불어민주당 요청)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자유한국당 요청)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시도했으나 여야 합의 실패로 무산됐다.
환경노동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정의당이 각각 4대강 사업 및 방송장악 의혹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야당의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증인으로 채택된 거물급 인사들이 국감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사례도 많았다.
과방위 5대 핵심 증인이었던 이명박 정권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동관 전 홍보수석(13일 국감)과 이해진 네이버 전 이사회 의장·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12일 국감)은 모두 국감에 불출석했다.
과방위는 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황창규 KT 회장·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과 관련한 질의를 하고자 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국감에서 박정호 사장을 제외한 두 사람은 해외출장을 사유로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12~13일)에서도 증인으로 채택된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과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출석하지 않았다.
교문위는 최근 KBO리그에서 구단과 심판 사이의 돈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양 사무총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 부회장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영입하는 문제로 논란을 빚은 것과 관련해 채택된 증인이었다.
이해진 전 의장(미래에셋과 자사주 맞교환 논란 등)과 함영준 오뚜기 대표이사(라면값 담합)도 정무위원회의 증인으로 채택되기는 했으나 실제 출석할지는 미지수다.
◇ 여야, 증인 신경전 여전…보수정권·현 정부 인사 놓고 줄다리기
여야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증인 채택에 난항을 겪는 상임위들도 더러 있었다.
대통령 비서실·국가안보실 등을 소관기관으로 둔 운영위는 이전 정권과 현 정부 인사들의 증인 채택을 놓고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세월호 보고 시점 조작 의혹 등을 추궁하고자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박근혜 청와대 시절은 물론 이명박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증인으로 부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은 기관증인인 청와대 민정·안보·인사라인 인사들에 더해 여성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등의 증인 채택을 추진 중이다.
탁 행정관은 여성가족위에서도 야당이 출석을 요구하는 증인이다.
또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부동산 대책 등에서 발생한 문제를 추궁하고자 청와대 인사(장하성 정책실장·홍장표 경제수석비서관·김수현 사회수석비서관·김현철 경제보좌관)들을 증인대에 세울 것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기관증인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의 증인 채택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국감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문제를 놓고 한국당에서 김 위원장을 증인으로 꼭 불러야 하겠다고 나서면서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매년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증인명단에 올라 눈길을 끄는 정무위원회는 국감을 앞두고 지난달 말부터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올해 정무위 국정감사는 인터넷은행 출범과 관련한 은산분리가 최대 이슈인 만큼 케이뱅크(심성훈)·카카오뱅크(윤호영) 대표이사가 증인석에 앉을 예정이다.
여야는 다만 격론 끝에 지난 10일 기준 총 39명의 증인과 14명의 참고인을 부르기로 합의했으나 내주 초 다시 증인명단을 손볼 예정이다.
환노위에선 여당 일부 의원들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직원 과로사 논란에 휩싸인 게임업체 넷마블게임즈의 방준혁 의장을 국감장에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원칙에 반한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 '정책 국감'위한 증인 채택 상임위도 다수
일부 상임위는 '정책 국감'에 집중하고자 증인 채택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교문위가 채택한 증인과 참고인은 정쟁의 소지가 적고 최대한 정책감사의 취지에 맞는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애초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와 관련해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증인 채택을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여야 위원들은 생산적 국감을 위해 정치적 대립이 이뤄질 수 있는 인사에 대해서는 최대한 채택요구를 자제키로 했다.
교문위는 대신 불출석 논란을 낳은 양해영 KBO 사무총장과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에 더해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은 물론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임지훈 다음카카오 대표이사('가짜뉴스 유통' 문제) 등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김완종 폴라리스 쉬핑 회장과 김용태 스텔라코스모 선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남대서양에서 지난 3월 31일 침몰한 철광석 운반선 스텔라데이지호 사건과 관련한 수색 진행 상황 등을 질의하기 위한 것이다.
농해수위는 또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농협 불법 대출 의혹), 김영문 관세청장(외래 붉은 불개미 사태)도 증인으로 부른다.
보건복지위는 올해 불거진 사회 문제를 집중 질의하고자 관련 증인을 대거 채택했다.
생리대 위해성 논란과 관련해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김혜숙 유한킴벌리 상무, 최병민 깨끗한나라 대표 등을 증인으로 부른다.
복지위는 또 '햄버거병'에 이어 집단 장염 발병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 한국맥도날드의 조주연 대표를 오는 31일 종합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토교통위원회는 국감 초반 화성동탄 아파트 부실건설 논란에 휩싸인 부영건설 이중근 회장의 증인출석 여부를 놓고 갈등을 겪기는 했으나, 이 회장이 지난해 국감에 출석했던데다 고령인 만큼 여야 간사 간 합의에 따라 출석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아파트 부실건설에 따른 피해규모가 큰 만큼 국토위는 대리인격으로 최양환 부영주택 대표이사를 오는 16일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외통위는 여러 명의 증인 신청이 있었지만, 핵심 증인을 여야 1명씩 채택하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이에 따라 국방위에서 불발된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민주당 요청)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야당 요청)가 외통위 증인으로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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