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나비잠' 日나카야마 미호 "제가 사랑받는 건 작품의 힘"

입력 2017-10-14 16:56
수정 2017-10-14 18:25
[부산영화제] '나비잠' 日나카야마 미호 "제가 사랑받는 건 작품의 힘"

(부산=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제가 한국 관객에게 20년 넘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작품의 힘 덕분입니다."

영화 '러브레터'의 나카야마 미호(47)가 신작 '나비잠'을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부산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분에 초청된 '나비잠'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작가 료코(나카야마 미호)와 일본에 유학 온 한국 청년 찬해(김재욱)의 사랑을 그린 멜로영화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감독이 12년 만에 내놓은 극영화로, 일본에서 일본 배우, 일본 스태프와 찍은 작품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감정이 가슴 속까지 먹먹하게 전해지는 수작이다.

나카야마는 연애소설을 쓰는 전업 작가 료코 역을 맡았다. 자기 일을 돕던 청년과 사랑에 빠지지만, 점점 악화하는 병세를 그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이별을 고한다. 나카야마는 자존심을 지키면서 사랑의 기억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중년 여성의 모습을 우아하면서도 담담하게 표현해냈다.

그는 1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열정적으로 출연 제안을 했다"면서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관객에게도 저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 나이보다 많은 50세 여성을 연기했는데, 그런 경험은 처음이어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함께 멜로호흡을 맞춘 김재욱(34)에 대해선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굉장히 소중히 여기고, 열정적으로 연기에 임했다. 저도 그 열정에 답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떠올렸다.

나카야마는 나이가 들수록 여배우로서 역할이 줄어드는 현실에 대해 "저는 영화나 드라마를 찍을 때 그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여배우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나카야마의 오랜 팬임을 자처한 정재은 감독은 "저로서는 새로운 도전을 한 영화다. 아름답고 슬픈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영화에 도전했다"면서 "요즘 영화 시장에선 멜로 영화를 볼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일본에서 만들기로 결정된 이후에 여주인공은 나카야마 미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브레터' 이후 형성된 멜로영화 주인공의 모습을 살려서 저만의 이미지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나카야마 미호가 캐스팅된 후에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카야마 미호가 출연을 결정하자 그의 친구들이 출연하겠다고 했다"면서 공을 나카야마에게 돌렸다.

정 감독은 "불치의 병을 만나지만, 자존감을 지키고, 끝까지 자기를 통제하려는 강한 의지를 지닌 여성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다"면서"이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지 말고 절제할 것을 주문해 감정이 풍부한 나카야마가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나카야마는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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