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삼각사기' 알고도 차량 가져간 딜러에 절도 '무죄'
피해 매도인과 함께 사기범 고소하고 가져가…법원 "불법 의도 없어"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중고차 판매자가 이른바 '삼각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았더라도 매입자가 정상적인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고 판매자 차량을 가져갔다면 절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윤원묵 판사는 중고차 매도자 A씨의 승용차를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고차 딜러 B(3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 인터넷 중고차 판매 사이트에 자신의 승용차를 팔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차량 판매글을 보고 연락해온 C씨에게 이 차량을 2천100만원에 매도하기로 했다.
다만, C씨는 "차량을 구매할 사람을 대신 보낼 테니 그 사람에게 자동차를 인계하면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B씨 역시 같은 날 C씨로부터 올랜도 차량을 판다는 연락을 받았다. C씨는 "차량 소유자가 우리 회사 돈을 갚지 못해 차량을 넘기기로 했다. 그 사람을 찾아가 계약해 차량을 받고 대금 1천500만원은 내가 지정한 계좌로 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C씨가 차량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서 벌이는 전형적인 중고차 삼각사기였지만 A씨와 B씨는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A씨는 B씨가 C씨 대리인인 줄로만 알았고, B씨 역시 A씨가 C씨 회사에 빚을 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A씨와 B씨는 인천의 A씨 집에서 만나 계약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매매계약서를 작성했고, A씨는 B씨에게 차량 키와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인감증명서 등 서류를 모두 넘겼다. B씨는 C씨가 지정한 계좌로 1천500만원을 보냈다.
하지만 A씨는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계좌로 차량 대금인 2천100만원이 들어오지 않자 C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C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뒤늦게 사기를 당한 것을 안 A씨와 B씨는 경찰서에 함께 가 C씨를 고소했다.
이후 B씨는 A씨 집 앞에 세워져 있던 올란도 승용차를 운전해 가져갔다. 돈에 차까지 잃은 A씨는 절도죄로 B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B씨가 계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뻔히 아는데도 마음대로 차량을 가져가 절도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B씨가 차량 매매대금이 1천500만원이라고 믿고 있었고, 실제로 이 돈을 송금한 데다 차량 키와 각종 서류까지 A씨로부터 넘겨받은 B씨 입장에서는 사기 피해와 관계없이 둘 사이의 매매계약은 일단 이뤄졌다고 생각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불법적으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가지려고 한 의도(불법영득 의사)가 없어 B씨는 무죄라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윤 판사는 "B씨는 사기 피해를 본 사람은 A씨이며 자신은 정상적으로 계약을 모두 이행했으므로 해당 승용차를 가지고 갈 권한이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B씨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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