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따라 웃고 울고…빈부 격차 커지는 시민프로축구단

입력 2017-10-15 07:17
성적 따라 웃고 울고…빈부 격차 커지는 시민프로축구단

1·2부 리그 승격·강등 따라 지자체 지원 예산 큰 차이

승격돼도 운영비 확보 걱정…청주시 창단 구단 지원 논란

(전국종합=연합뉴스) 광주 시민프로축구단인 광주FC는 작년 10월 극심한 재정 압박에 시달렸다.

선수와 사무국 직원 임금을 체불했다가 은행 돈을 빌려 겨우 지불할 정도였다.

이 구단을 지원하는 광주시의 추가경정 예산 편성이 늦어진 탓이었지만 항상 예산이 부족한 구단으로서는 운영난이 반복될 수도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K리그에서 뛰는 프로축구단은 클래식(1부 리그) 12개 구단과 챌린지(2부 리그) 10개 구단을 합쳐 모두 22개이다.

이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와 후원을 받는 시민구단이 13개(클래식 5개, 챌린지 8개)에 달한다.

프로축구 및 지역축구 발전을 도모하고 주민 화합의 구심점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출범한 구단들이다.

지자체의 후원을 받아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구단이 있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탓에 지자체 지원 규모가 줄어 운영난에 시달리는 구단도 있다.



임금 체불을 경험했던 광주FC는 내년도 운영 지원액을 올해보다 10억원 더 많은 7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무작정 예산만 쏟아붓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반발 여론이 있어 광주시가 이런 요구를 수용할지, 설령 시가 예산을 편성하더라도 시의회가 통과시켜줄지는 미지수다.

프로축구 리그 7회 최다 우승을 일군 축구 명가였던 성남FC는 성적 부진과 그에 따른 책임 문제로 시의회와 갈등을 빚은 끝에 올해 구단 운영비가 삭감됐다.

당초 73억원의 예산 지원이 예상됐으나 챌린지 강등이 결정된 작년 11월 책임론을 놓고 갈등이 불거져 40억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추경 예산 심의 끝에 15억원을 추가 확보했지만 그 이전까지 시의회에서 번번이 예산이 삭감되는 진통을 겪으면서 인건비조차 지급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성남FC가 성적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할 경우 운영비 증액이 불가피해 구단 존립이 위협받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남FC는 2014년 2부 리그인 챌린지로 강등됐던 치욕을 씻고 내년부터 1부 리그인 클래식으로 승격될 것이 확실시 된다.

그러나 승격의 기쁨보다는 운영비 확보가 가능하겠느냐는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 구단의 올해 운영비는 70억∼75억원으로 이 가운데 65억원을 경남도가 지원하고 있다. 경남의 주력 업종인 조선 경기가 침체하면서 기업 후원도 최근 수년간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불황 탓에 기업 스폰서 유치가 힘든 터라 이 구단은 경남도 지원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복지 분야와 일자리 창출 예산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경남도가 구단 운영비 지원을 늘릴지, 이런 예산이 도의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프로축구단 창단이 추진되는 청주에서도 예산 지원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청주씨티FC가 프로축구단을 창단하면 청주시는 내년부터 향후 5년간 110억원 규모의 운영비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지나치게 많은 재정 지원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청주시의 '프로축구단 지원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할지 관심이 쏠린다.

기업에 소속된 프로축구단처럼 넉넉한 지원을 받으며 걱정 없이 활동하는 시민구단도 있다.

1부 리그인 클래식에서 활동하는 강원FC는 작년의 3배나 되는 지원금을 올해 강원도에서 지원받았다.

강원도는 올해 시즌을 앞두고 40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지난 4월 30억원, 9월 5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강원FC는 메인 스폰서인 강원랜드로부터 40억원 규모의 후원을 받았고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과도 스폰서십 계약을 했다.

이 구단 관계자는 "선수단·직원 임금을 포함한 구단 운영비를 모두 확보했다"고 말했다.



챌린지에서 올해 클래식으로 승격한 대구FC도 대구시가 하반기 23억원을 추가 지원하면서 지원액이 69억원으로 늘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민의 자긍심 등을 고려할 때 대구FC가 우수 선수를 보강하며 꾸준히 선전하도록 지원 규모를 늘렸다"고 말했다.

시는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대전시티즌은 지난해 챌린지로 떨어졌지만 올해 90억원의 예산을 대전시에서 지원받았다.

내년 1부 리그로 승격하지 못한다면 시민들의 불만에 따른 예산 지원액이 감소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전시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지면서 운영비 걱정없이 구단을 꾸려가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기업구단은 임금 체불 등 운영난을 겪는 곳이 없으나 시민구단은 재정 압박을 받는 구단이 있다"면서 "프로축구가 시민들을 단합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만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규석, 여운창, 이우성, 임보연, 정찬욱, 최수호, 황봉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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