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 병영톡톡] 국감장서 다시 논란된 軍 서열 문제
"국방장관 부재시 합참의장이 서열 낮은 차관 보좌해야 하나?"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지난 2005년 9월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국방차관의 서열 문제가 처음 거론된 적이 있다.
당시 열린우리당 홍재형 의원이 미국과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은 국방차관이 군인보다 서열이 높다면서 차관이 합참의장이나 육·해·공군참모총장 밑으로 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국방부 장관 유고 때 차관이 직무대행을 맡게 되는데 합참의장과 관계가 애매모호하게 되어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올해 국방위 국감에서도 동일한 지적이 제기됐다. 국방부 장관의 부재 때 합참의장이 군 서열상 자신보다 낮은 국방차관에게 보고하는 등 차관을 보좌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 군 서열은 어떻게 됐나?
군 서열은 국방부의 '군예식령'에 나와 있다. 군예식령에 따르면 군 서열은 국방부 장관→합동참모의장(합참의장)→육·해·공군참모총장→대장→국방차관 순으로 되어 있다.
우리 군의 대장은 합참의장과 육·해·공군총장,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제1야전군사령관, 제2작전사령관, 제3야전군사령관 등 8명이다. 국방차관은 서열로 보면 9번째이다.
이는 법적 서열이지만 의전 서열과는 또 다르다.
정부의전편람은 "차관급 이상의 군 장성은 행정부 인사와 같이 직제순위에 따라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그러나 다수의 장성이 참석하는 경우 계급순으로 배치할 수 있으며, 계급이 같을 경우에는 승진일자순, 군별(육·해·공), 임관일자순, 연령순 등을 참작하여 서열을 결정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합참의장은 국군조직법에 따라 군인 중 최고 서열이기 때문에 그 이하 대장의 의전서열을 정부의전편람 기준으로 하면 법적 서열과 확연히 달라지게 된다.
현 엄현성 해군총장(해사35기)은 육사로 치자면 37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육사 38기에 해당하는 정경두 합참의장보다 선배다. 나이도 2살이나 많다. 1군사령관인 박종진(3사17기) 대장도 육사 기수로 하면 38기에 해당한다. 기수로 따지면 정 의장과 같다. 박 대장은 정 의장보다 3살 많다.
박한기(학군21기) 제2작전사령관도 육사 기수로 39기이기 때문에 연합사 부사령관인 김병주(육사40기) 대장보다 선배에 해당한다.
정부 공식 행사에서 정부의전편람대로 하면 그야말로 합참의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장의 서열은 뒤죽박죽된다. 이 때문에 통상 공식 행사에서는 법적 서열을 준용하는 것이 관례가 되고 있다.
◇ 합참의장이 군 서열 낮은 차관에게 보고해야 할까?
무소속 이정현은 의원은 이번 국감 전에 국방부에 합참의장과 차관의 지휘관계 자료를 요구했다.
국방부 장관 부재 때 합참의장이 자신보다 서열이 낮은 국방차관을 보좌하는 것이 타당하냐며 국방부의 해석을 요구한 것이다.
국방부는 국군조직법과 정부조직법을 근거로 국방부 장관 부재 때 합참의장이 차관을 보좌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국군조직법 제8조는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고, 합동참모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을 지휘 감독한다"고 되어 있다. 정부조직법 제7조는 "차관은…그 기관의 장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명시했다.
국방부는 "국방부 장관은 합참의장을 지휘 감독하며, 장관 부재 때 차관이 장관의 직무를 대행하므로 합참의장의 보좌는 타당하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의전 서열로는 지휘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며 지휘관계는 법령상의 지휘관계, 편제상의 지휘관계, 전투편성 때 성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방부는 "전·평시 국방부와 합참의 지휘관계는 동일하므로, 전시에도 차관이 장관의 직무대행 땐 합참의장이 보좌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방위 국감에서 이런 논란이 제기되자 "차라리 국회에서 국방부에 부장관을 만들어 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국군조직법에 장관 부재 때 차관의 직무대행 근거를 명시하는 방안을 관련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 장군은 장관급?
군은 장성을 장관급 장교로 부르고 있다. 군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우리 군에 장관급이 430여 명이나 되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장관급 장교라는 뜻이 '장관(長官)' 또는 '장관(將官)'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군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백 의원이 개정안을 낸 이유는 이렇다.
"현행법상 장교는 장관급 장교(원수·대장·중장·소장 및 준장), 영관급 장교, 위관급 장교로 구분하는데, 법률 한글화에 따라 행정 각 부의 장관(長官)과 군인 계급상의 장관(將官), 군인 계급상의 원수(元帥)와 대통령의 국가원수(元首)와 혼동되는 상황"이라며 "사회 및 언론에서 원수를 제외한 대장·중장·소장 및 준장을 장성급 장교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바, 이러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대장·중장·소장 및 준장은 장성급 장교로 구분하고자 한다"
이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 지난 6월 22일부로 시행됐다.
국방부는 군인사법 하위법령과 국방인사관리훈령에 명시되어 있는 '장관급 장교'라는 용어를 모두 '장성급 장교'로 고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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