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최성수 "아이돌 시대지만…창작 않는 건 직무유기"

입력 2017-10-13 17:12
수정 2017-10-13 19:26
가수 최성수 "아이돌 시대지만…창작 않는 건 직무유기"

정규 11집 '시가풍류방' 음악감상회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요즘 아이돌 아니면 음반 내기 참 힘들죠? 그래도 늘 새로운 걸 해야 직무유기를 안 하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서 끝까지 살아남겠습니다."

'풀잎사랑'과 '동행'으로 유명한 가수 최성수(57)가 13일 강남구 청담동의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음악감상회를 열고 10년 만의 정규 앨범인 '시가풍류방'(詩歌風流房)을 낸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번 앨범은 2007년 10집 '로망스' 이후 처음 낸 11집 정규 앨범이다. 최성수는 올해 초 디지털 싱글 '봄, 시가미다방'(詩歌美茶房)을 내며 꾸준히 곡을 발표해왔다.

음악감상회는 가수가 직접 노래 부르는 대신 고급 오디오로 앨범 전곡을 듣고 최성수가 해설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는 "오늘은 제가 주인공이 아니라 오디오에서 나오는 소리가 주인공"이라며 "MP3나 스마트폰으로 듣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성수는 이번 앨범에서 유명 시인들의 시를 노래로 옮겼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도종환 시인의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를 비롯해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현 시인의 '고맙다 사랑, 그립다 그대', 안도현 시인의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등의 시에 직접 곡을 붙였다. 고은 시인이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에게 건넨 격려의 말에도 곡을 붙여 '고뇌하는 청춘에게라'라는 노래로 재탄생시켰다.

그는 시를 노래로 만드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옛날에는 노래를 먼저 만들고 가사를 붙이는 스타일이었는데 이번에는 시에 곡을 붙이느라 힘들었다"며 "오랜 시간 집중해서 꼼짝 않고, 노래를 '엉덩이'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 곡 한 곡에 얽힌 사연도 소개했다.

김현 시인의 '고맙다 사랑, 그립다 그대'에 대해서는 "어느 결혼식장에서 주례하시는 분이 이 시를 읽을 때 참 좋길래 노래로 만들었다"며 "얼마 전 친구 딸 결혼식에서 축가로도 불러줬다"고 말했다.

고(故) 김광석이 불러 유명해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의 커버곡에 대해서는 아픈 기억도 털어놨다.

그는 "집사람이 감옥에 있을 때였다. 얼마나 눈물 흘렸는지 모른다"며 "그런데 이 노래 가사가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이런 거니까 수록해야 할지 참 고민했는데, 아내가 좋은 노래니 넣으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한 제주를 대표하는 고(故) 권재효 시인의 '술 먹게 하는 봄밤'을 토대로 한 노래는 '빌어먹을! 술이나 먹어야겠다' 등의 가사 때문에 금지곡이 됐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1983년 데뷔한 최성수는 '풀잎 사랑' '동행' '해후' '남남' 등의 히트곡을 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큰 사랑을 받았다. 중견 가수가 된 뒤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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