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로힝야족 난민 송환·재정착 직접 챙긴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사상 최악의 유혈 충돌을 피해 국경을 넘은 50만 명의 로힝야족 난민 송환을 위한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간 협상이 본격화한 가운데, 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송환될 난민의 재정착 등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치 자문역은 전날 대국민 보고 형식의 TV 연설에서 "테러범들의 공격으로 촉발된 라카인주 사태와 이에서 파생된 여러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엄청난 관심을 보인다"며 다시 한 번 로힝야족 사태의 책임이 반군 측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국제사회의 의견을 이해해야 하지만, 누구도 우리만큼 우리나라의 상황을 알지 못하듯이 우리만큼 나라의 평화와 발전을 원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비판과 비난에 말로 대응하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국민적인 연대를 강조했다.
수치는 이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로힝야족 난민을 위한 효율적인 인도주의적 지원과 재정착 및 재활, 항구적 평화를 위한 지역 개발 등 3대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로힝야족 난민을 '방글라데시로 건너간 사람들'이라고 부른 반면, 다잉-넷(Daing-net), 므로(Mro), 라카인 국민, 힌두 등 라카인주내 다른 소수 종교집단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이들의 삶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재정착과 재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수치는 '라카인주의 인도주의적 지원과 재정착·개발을 위한 연방 기업'이라는 새로운 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스스로 이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5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 문제 해결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써, 그동안 사태를 방치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난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경 이탈 난민 대부분이 미얀마 국적 또는 거주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수치의 약속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지는 미지수다.
미얀마 라카인주(州)에서는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주류인 아라칸인(불교도)과 영국이 쌀농사에 투입할 값싼 노동력 확보를 위해 유입시킨 소수인 벵갈리(이슬람교) 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2차 대전 당시 영국이 반일 감정을 가진 로힝야족 의용군을 무장시켜 영토 재탈환에 앞장을 세우면서 양측은 본격적인 유혈충돌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2012년에는 로힝야족의 불교도 여성 집단성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유혈충돌로 200여 명이 사망했다.
최근 유혈사태는 지난해 10월 로힝야족 반군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의 전신인 '하라카 알-야킨'(Harakah al-Yaqin, 믿음의 운동)이 경찰초소를 습격하면서 시작됐다. 또 ARSA는 지난 8월 본격적인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다시 경찰초소를 급습했다.
미얀마군은 이 단체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대대적 토벌작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수백명이 죽고, 53만명 이상의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마을에 불을 지르면서 '인종청소'를 자행했다고 주장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ARSA 반란군이 민간인을 죽이고 방화를 자행했다고 반박해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유럽연합 등은 로힝야 유혈충돌 및 난민 사태에 책임이 있는 미얀마군 지도부를 표적 제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의 중심에 선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연일 국제사회의 비판을 반박했다고 관영 일간 '더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가 전했다.
앞서 주미얀마 미국대사에게 '로힝야족은 토착민이 아니며, 언론이 난민 사태를 과장한다'고 주장했던 그는 히구치 다테시 주미얀마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는 '인종청소는 없었으며, 사진을 보면 난민들이 도망쳤다기보다 조용히 떠났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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