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질외교에 데인 말레이 "평양에 대사 파견 않겠다"

입력 2017-10-13 09:47
北 인질외교에 데인 말레이 "평양에 대사 파견 않겠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암살 사건 당시 북한의 '인질외교'에 곤욕을 치른 말레이시아가 평양에 자국 대사를 주재시키지 않기로 했다.

13일 뉴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니파 아만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전날 말레이시아 사라왁 대학(UNIMAS)에서 열린 외교 정책 관련 대담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아니파 장관은 "우리 부는 베이징의 중국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이 북한을 담당해야 한다는 권고 보고서를 (내각에) 제출할 예정"이라면서 "말레이시아와 북한 관계의 모든 문제는 베이징 대사관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평양에 대사를 주재시키지 않기로 한 말레이시아 정부의 결정에 따른 조치라고 아니파 장관은 설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도, 단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말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에 넘기고 북한인 암살 용의자들의 출국을 허용하면서 양국 관계가 정상화됐다고 선언한 것과는 온도차가 있는 발언이다.



말레이시아는 1973년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전통적 우호국이었지만, 올해 2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자국에서 화학무기인 VX신경작용제로 암살된 것을 계기로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 국적자들이 용의자로 지목되자 북한과의 비자면제 협정을 파기하고 강철 당시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를 추방했다.

이에 북한은 자국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를 '맞추방'한 데 이어 주북한 말레이시아 대사관 직원과 그 가족 등 자국내 말레이시아인의 출국을 금지해 인질로 삼는 행태를 보였다.

단교 직전까지 치달았던 양국 관계는 말레이시아가 김정남의 시신과 북한인 암살 용의자의 신병을 북한에 넘기면서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국내에선 자국민의 안전을 우선시했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저자세 외교'라는 비난이 일었고, 양측은 추방된 대사의 후임을 파견하지 않는 등 이후로도 불편한 관계를 보여왔다.

말레이시아 외무부는 지난달 28일에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를 이유로 자국민의 북한 여행을 무기한 금지하기도 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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