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공판서 북한인 용의자 '가명·역할' 추가공개

입력 2017-10-12 17:16
김정남 암살 공판서 북한인 용의자 '가명·역할' 추가공개

홍송학·리지우 외에 '하나모리', 'Mr. Y' 등 인물 거론돼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하는데 관여한 북한인 용의자들이 사용한 가명과 역할이 추가로 공개됐다.

12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김정남 암살 사건 공판에서 검찰은 북한인 용의자들이 동남아 출신 여성 피고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담긴 공항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올해 2월 13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 터미널에서 촬영된 영상은 '미스터 와이(Mr. Y)'라는 가명을 사용한 동양인 남성이 베트남 출신 피고인 도안 티 흐엉(29)과 함께 공항에 들어서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는 검은색 야구모자를 쓰고 검은색 배낭을 메고 있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현지 경찰 당국자인 완 아지룰 니잠 체 완 아지즈는 "조사결과 미스터 와이는 두번째 피고(도안 티 흐엉)의 손에 액체를 바른 인물로 드러났다"고 증언했다.





법정에서는 '미스터 장'으로 불린 또 다른 남성이 공항내 식당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피고 시티 아이샤(25)와 함께 있는 모습을 담은 CCTV 영상도 공개됐다.

도안 티 흐엉과 시티 아이샤는 잠시 후인 오전 9시께 출국장내 무인발권기 앞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했다.

완 아지룰은 CCTV에 모습이 잡힌 이 두 명 외에도 '하나모리'와 '제임스'로 불리는 공범 두 명이 더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 또는 삼촌이란 별명을 지닌 하나모리는 미스터 와이에게 지시를 내리는 역할을, 제임스는 시티 아이샤를 포섭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완 아지룰은 이들의 국적이 북한인지와, 범행 당일 출국한 북한인 용의자 4명과 동일인인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말레이시아 검찰은 기소장에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이 도주한 공범 4명과 김정남을 살해할 공동의 의사를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기재했으나 이들의 신원을 적시하지는 않았다.



미스터 장의 정체는 북한 외무성 소속으로 알려진 북한인 홍송학(34)으로 추정되며, 제임스는 올해 초 쿠알라룸푸르 교외 주점에서 시티 아이샤를 포섭한 북한인 리지우(30)로 여겨진다.

하지만 하나모리와 미스터 와이의 신원은 현재로서는 확인이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초 말레이시아 경찰은 최소 8명의 북한인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중 신병이 확보됐던 인물은 사건 초기 체포됐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북한인 용의자 리정철(46) 한 명 뿐이다.

홍송학은 범행 당일 오종길(55), 리지현(33), 리재남(57) 등 다른 북한인 용의자들과 함께 출국해 평양으로 도주했다.

리지우는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 등 다른 용의자들과 함께 치외법권인 대사관 내에 숨어 있다가 3월 말 출국이 허용됐다.

북한내 말레이시아인을 전원 억류해 인질로 삼은 북한의 인질외교에 말레이시아 당국이 굴복한 결과다.

한편, 이달 24일로 잡힌 다음 재판은 사건 현장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 터미널에 대한 현장검증에 이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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