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 역사교과서 국정화 두고 여야 공방 치열
여 "여론조작 배후 있을 것…재외공관도 홍보 동원"
야 "진상조사위 편향…찬성 의견만 조작된 것처럼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는 예상대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첨예한 공방이 이어졌다.
여당 의원들은 재외공관까지 역사교과서 국정화 홍보에 동원했다고 주장하는 등 박근혜 정부가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에 나섰다는 의혹을 거듭 재기했다.
이에 맞서 야당 측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국정화 찬성의견 상당수가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진상조사위의 전날 발표가 편향됐다고 주장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당시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이 의견접수 마지막 날 찬성의견서가 상자로 도착할 것이라며 준비를 지시했다는 진상조사위 발표를 언급하며 "(학교정책실장급이) 청와대나 국정원 지시 없이 이런 일에 나설 수 있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진상조사위와 별개로 교육부가 여론조작 관련 의혹 조사에 나설 생각이 없는지 김상곤 부총리에게 물었고, 김 부총리는 "진상조사위에서 국정화 시행과정과 함께 배후 여부도 조사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박경미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사전 보도자료를 통해 주오스트리아 대사관이 국정화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현지 언론인을 만나 해명하는 등 재외공관이 국정화 홍보에 동원됐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공식발표되기 전부터 교육부가 청와대에 관련 일일보고를 했다는 주장도 폈다.
반면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정화 진상조사위에 대해 "국정교과서 반대 활동가 모임"이라고 비난하고 "고석규 위원장은 국정교과서 집필거부와 폐기선언에 참여했고 다른 위원도 (국정화를) 적극적으로 반대한 사람들로 진상조사위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구성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때) 반대의견이 32만여건 제출됐는데 이중 13만5천여건이 익명이나 이름·주소가 불명확한 것이었다"면서 "전날 진상조사위가 찬성의견만 왜곡되고 조작된 것처럼 발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한선교 의원은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에 참여한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한 의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책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면서 "책임이 있다면 박 전 대통령에게 있는데 (교육부가) 죄 없는 공무원들만 못살게 군다"고 비판했다.
한편 본격적인 질의에 앞서 야당 의원들은 교육부 운영지원과장이 산하기관 임원 퇴출 여부를 가려내는 '살생부'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이종배 한국당 의원은 "교육부와 산하기관이 자료를 소홀하게 제출했다"면서 "(살생부가) 통상적인 평판조회였다고 해명하길래 자료를 달라고 했더니 현황자료만 제출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소속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국감장에서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이 앉은 위치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유 위원장은 국감장 내 국사편찬위원장 자리가 장관과 같은 줄로, 과거보다 앞으로 당겨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부 내에서도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판단해 국사편찬위를 운영하라는 의미로 제안했다"면서 "앞으로 편찬위를 소신껏 이끌어나가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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