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어 러시아도 필리핀에 군사원조…"소총·군용트럭 기부"
미국 견제 포석…필리핀 두테르테, 외교 다변화로 '실리 챙기기'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중국에 이어 러시아도 필리핀에 군사원조를 한다.
겉으로는 필리핀의 대테러전 지원이지만 미국을 견제하려는 중국과 러시아, 이런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최대한 실리는 챙기려는 필리핀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12일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전날 한 행사에서 러시아가 칼라니시코프 소총 5천 정과 탄약 100만 발, 군용트럭 20대를 필리핀군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필리핀에 대한 러시아의 첫 군사원조로, 필리핀 남부지역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들의 토벌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가 무기 기부를 비밀에 부치기를 원했지만, 국민이 결국 알게 될 것"이라며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러시아의 무기 기부에는 조건이 붙어 있지 않으며 이들 무기가 오는 22일 필리핀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은 이달 5일 필리핀에 M-4 소총 3천 정, 탄약 300만 발, 저격용 조준경 30개 등을 제공했다. 지난 6월 필리핀에 소총과 실탄 등을 전달한 데 이은 중국의 두 번째 군사원조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작년 6월 말 취임과 함께 친미 일변도의 외교노선 탈피를 선언한 이후 중국, 러시아와 경제뿐만 아니라 방위 분야에서도 협력이 가시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작년 하반기 두테르테 대통령이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한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놓고 대립한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에는 조금씩 온기가 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버락 오바마 전임 정부와 달리 필리핀 인권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지난 7월 필리핀군에 IS 세력 토벌 작전용으로 정찰기와 로켓을 지원하는 등 '화해 손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8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나는 동남아에서 미국의 '변변치 않은 친구'(humble friend)"라며 "양국은 친구이자 동맹국"이라고 강조하는 등 미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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