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펜이 달라졌다…反유럽 노선 대폭수정 시사

입력 2017-10-12 06:00
르펜이 달라졌다…反유럽 노선 대폭수정 시사

"유럽연합·유로존 떠나지 않고도 프랑스인 삶 개선 가능"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지난 5월 프랑스 대선 결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과 맞붙었다가 패한 극우성향 정치인 마린 르펜이 기존의 유럽연합(EU) 탈퇴와 유로화 폐기 노선의 대폭 수정을 전격 시사했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국민전선(Front National) 소속 하원의원인 르펜은 주간지 발뢰르 악튀엘과 인터뷰에서 "여러 면에서 유럽연합을 떠나거나 유로화를 버리지 않고도 프랑스인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르펜은 대선과 총선의 잇따른 참패 이후 국민전선이 당의 진로를 놓고 광범위한 여론조사와 당내 의견수렴을 진행해오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우리는 프랑스 국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왔다"고 말했다.

르펜의 이 같은 언급은 국민전선의 대표적인 강령이었던 유럽연합·유로존 탈퇴 추진의 폐기를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르펜은 유럽 대륙에 불어닥친 포퓰리즘의 열풍을 타고 지난 대선에서 극우 정치인으로는, 자신의 아버지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결선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결선에서는 좌·우를 아우르는 신(新) 중도를 표방한 마크롱에게 압도적인 표차로 패했다.

이후 국민전선은 6월 총선에서 예상과 목표에 크게 못 미치는 의석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했다.

이후 선거 패배의 책임소재와 당의 진로를 놓고 심각한 내분이 일었고, 르펜의 오른팔이었던 플로리앙 필리포 부대표가 이 과정에서 전격 사퇴했다.

필리포는 당내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와 프랑화 복귀 등 급진적인 반(反) 세계화 노선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르펜이 이처럼 유럽연합과 유로화에 유화적인 발언을 내놓은 것은 내년 초 전당대회에서 대대적인 쇄신을 구상 중인 국민전선의 진로 설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르펜은 국민전선의 당 대표로, 이 당을 창당한 장마리 르펜의 딸이다.

르펜은 프랑스 농촌 지역과 저소득층의 유럽 통합에 대한 반감을 바탕으로 대선선 결선까지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지만, 실제 프랑스 국민 대다수는 프랑스의 EU·유로존 탈퇴의 후폭풍을 우려하며 국민전선과 그에게 등을 돌렸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