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비운 김경문…준PO 3차전 대승 이끈 신들린 용병술
대수비 노진혁, 홈런 2개 포함 4안타·4득점 대폭발
침묵하던 대타 이호준, 1타점 쐐기타로 기대에 부응
(창원=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승부사'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쉽지 않은 2017년을 보냈다.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한창이던 지난 7월 말 뇌하수체에 생긴 작은 선종 문제로 김 감독은 병원에 입원해 한동안 약물치료를 받았다.
감독이 아니라면 절대 알 수 없는 스트레스가 몹쓸 병을 유발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전반기를 2위로 마친 NC는 9월 급격한 불펜 붕괴로 4위로 추락한 끝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거쳐 준플레이오프에 올랐다.
NC가 4년 연속 '가을 야구'를 하는 과정 중 올해가 가장 어려웠다.
NC는 포스트시즌에 오른 팀 중 가장 밑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바라보는 도전자다.
KBO리그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 상위 팀에 절대 유리한 구조다. 밑바닥에서 올라가는 하위 팀은 어쩔 수 없이 체력의 한계에 부딪힌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에서 무리한 승부수를 띄우지 않는다.
갈 길이 멀기 때문이지 절대 욕심을 버려서가 아니다. 순리를 따르되 평소보다 반 박자 빠른 선수 교체가 돋보인다.
김 감독이 가을 잔치를 치르면서 작년보다 나아진 선수들에게 만족하며, 장현식 등 '영건'들의 성장을 격려한다고 NC 관계자는 설명한다.
11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준PO 3차전에서 김 감독은 신들린 용병술로 롯데 자이언츠를 13-6으로 따돌렸다.
경기 초반 6번 타자 3루수 박석민이 두 차례 불안한 수비를 펼치자 김 감독은 3회 초 노진혁으로 곧바로 바꿨다.
타격전을 예상한 3차전에서 박석민의 방망이 실력이 아깝긴 하나 수비를 먼저 강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김 감독의 노림수는 '엉뚱한' 곳에서 적중했다.
안정적인 핫코너 수비를 맡긴 노진혁이 3-2로 쫓긴 3회 투런포를 뿜어내며 타격에서 뜨거운 남자로 화답한 것이다.
이날의 히어로 노진혁은 8회에 또 솔로 아치를 그려 4타수 4안타, 3타점, 4득점을 남기며 그야말로 대폭발했다.
준PO 1∼2차전에서 거푸 실패로 끝난 이호준 대타 카드도 이날은 통했다.
9-4로 달아난 5회 2사 1, 3루에서 대타로 등장한 이호준은 깨끗한 1타점 우전 안타를 날려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교체 작전이 두 번이나 적시에 맞아떨어진 덕분에 NC는 롯데의 추격을 따돌리고 플레이오프를 향한 8부 능선을 넘었다.
5회 구원 등판한 김진성이 자신 없는 투구로 위기를 자초하자 지체 없이 이민호를 투입한 것도 대승의 토대가 됐다.
cany99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