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던 '장위동 봉제단지' 숨결 불어넣은 대학생들
동덕여대 '봉제양명 프로젝트'…봉제단지 지도 등 27일까지 전시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1980년대 우리나라 의류 산업의 한 기둥이었으나 산업 변화로 존폐 기로에 놓인 '장위동 봉제공장 밀집지역'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 대학생들 노력이 화제다.
12일 동덕여대 등에 따르면 이 학교 공공문화예술 연계전공 학생들은 '봉제양명(縫製揚名·봉제를 알리다)'을 내걸고 미래유산 보전활동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장위동 일대 의복제조업 밀집지역은 1970년대 준공된 상가 6개 동을 봉제업체와 자수업체가 채우면서 형성됐다. 2000년대 초반 '패스트패션(최신 유행이지만 저가로 대량생산)'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성기를 맞았고, 10년 전까지만 해도 소규모 공장 2천여개에 상주하는 노동자가 1만∼2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는 장위동에 230여개 봉제업체만 남았다. 종사자는 1천600여명에 불과하다. 인근의 종암동·월곡동·석관동까지 합해도 600여개 업체에 종사자 3천여명에 그친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동대문·남대문 등 주요 의류시장의 배후이자 우리나라 섬유·의류 산업의 산실인 장위동 봉제단지를 보존하고자 서울시 미래유산 공모사업의 지원을 받아 올해 초 머리를 맞댔다.
학생들은 우선 장위동 봉제업체 대다수가 간판·연락처·표지판이 없어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현존 업체의 40% 정도만 관련 협회·조합에 등록된 탓에 관리가 힘들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장위동 봉제단지 지도 그리기 사업'에 착수했다.
이들은 올해 4월부터 5개월 동안 봉제단지 구석구석을 방문하며 봉제단지 지도를 그렸다.
동시에 50여개 업체의 대표와 종사자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장위동 단지와 봉제업계의 현황 및 문제점, 종사자들의 이야기 등을 영상으로 수집하고 기록했다.
이런 자료들은 '장위동 사람 이야기'라는 이름의 영상·웹툰·동화책 등 시각예술 콘텐츠로 재탄생했다.
학생들은 활동 결과물을 모아서 이달 10일부터 성북구 모처에서 '장위동 봉제공장, 그 현장을 기록하다' 전시회를 시작했다. 전시는 이달 27일까지다.
봉제양명 프로젝트 팀장인 동덕여대 회화과 4학년 신은경(23)씨는 "지역사회와 협업하며 상생을 체험하는 좋은 기회였다"면서 "경제적 잣대로 측정할 수 없는 '삶의 무게'를 문화적 언어로 풀어내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내년에는 예술대학과 연계해 봉제공장 간판을 제작하고 골목길을 꾸미는 한편, 패션디자인학과와 연계해 의류브랜드를 공동 개발하는 등 2단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어 2019∼2020년에는 패션 아카메데미 결성·'봉제 축제' 추진 등도 계획하고 있다.
이준희 지도교수는 "도시의 현대화는 시민의 삶에 풍족함을 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힘겹게 버텨야 하는 싸움의 현장도 있다"면서 "청년들이 나서서 어제와 오늘, 내일을 연결하는 것이 미래유산 보전사업의 의미"라고 말했다.
hy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