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장관 "미국의 북한 전쟁 발언에 능동적 대응 필요"

입력 2017-10-11 21:07
이종석 전 장관 "미국의 북한 전쟁 발언에 능동적 대응 필요"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전쟁 발언과 관련해 정부가 미국과의 불협화음을 감내하고 우리 뜻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남 창원컨벤션센터 대회의장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이 전 장관은 특강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전쟁 발언과 관련해 정부가 더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외신에 따르면 영국이 한반도 전쟁을 대비한 참전비 마련을 지시했다고 보도되는 등 너무나 빠르고 쉽게 전쟁이 이야기된다"며 "세계 최강대국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합리적 민주주의 국가라고 배워온 미국의 대통령이 무절제하게 전쟁을 언급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한강 작가가 미국 언론에 기고한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를 친다'라는 글이 청와대 페이스북에도 올라왔다"며 "청와대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뜻인데 역할은 작가가 아닌 정부가 나서 '전쟁은 안 된다는 게 한미 간 합의니 군사적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발언에서 이 전 장관은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적 발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 전 장관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같았으면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관련 발언에 대해 '이건 아니다'고 의사표명을 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그와 같은 대응이 잘 안 되는데 우린 모두 한강 작가 뒤에 숨어있는 셈으로 이렇게 숨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외 전문가들은 전쟁이 나면 하루 사이에 수십만 명이 죽고 한반도가 초토화되어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다"며 "그러나 미국의 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은 전문가들이 아니며 그렇기에 지금이 불안하고 위험해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정부와 언론, 시민 모두 미국의 전쟁 관련 발언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미국인 절반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고 참모와 장관도 문제 삼는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나라 정부는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고 언론은 발언을 퍼다 나르기 바쁘다"며 "우리가 당면한 현실에 대해 깊게 생각한 뒤 똑바로 말해야 하며 문재인 정부도 정책으로 그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평화로 가는 길 번영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열린 기념식은 노무현재단 경남지역위원회가 10·4 남북정상선언 10주년을 맞아 개최했으며 정운 노무현재단 경남지역위원회 상임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민홍철(김해갑) 의원 등 관계자 약 100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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