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대법원 "부인이 18세 미만이라면 부부 성관계도 강간"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 대법원은 18세 미만 여성과의 성관계는 설사 해당 여성이 가해 남성의 아내라고 하더라도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11일 판시했다.
인도 언론들은 미성년 여성의 결혼이 만연한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조혼 방지를 위해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인도 형법은 원칙적으로 18세 미만 여성과의 성관계는 해당 여성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성관계를 한 남성을 강간죄로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여성이 15세가 넘고 성관계를 한 남성의 부인이라면 강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인도 시민단체 '독립적 생각' 등은 이 같은 예외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청원을 냈고, 대법원은 이날 "미성년 강간죄 처벌에서 (아내라는 이유로) 예외를 두는 것은 차별적이고 자의적이며 어린 여성의 신체 완전성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다만 18세 미만 미성년 부인이 남편을 강간죄로 고소할 수 있는 기간은 1년으로 제한했다.
청원 심리 과정에서 인도 연방정부는 '혼인 제도 보호'를 내세워 15세 이상 미성년 부인과 성관계를 처벌하지 않도록 한 예외 조항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정부는 또 인도의 사회경제적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인도는 법률상 혼인 가능 연령이 여성 18세, 남성 21세로 규정돼 있지만, 15∼18세 여성의 결혼은 취소할 수 있을 뿐 혼인의 효력은 유효한 것으로 간주됐다.
실제로 2011년 인구센서스에서 전체 기혼 여성의 30.2%가 18세 이전에 결혼한 것으로 조사됐을 만큼 인도에는 조혼이 만연해 있다.
그나마 이 비율은 2001년 전체 기혼 여성의 43.5%가 18세 이전에 결혼한 것으로 조사된 것에 비하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이번 위헌 청원을 대리한 비크람 스리바스타바 변호사는 "아동 결혼은 금지돼 있지만, 우리는 모두 얼마나 많은 18세 미만 어린이들이 결혼하고 있는지 안다"면서 "이제 18세 미만의 어린 여성과 결혼한 남성은 여성이 성관계 1년 이내에 고소하기만 하면 강간죄로 처벌받게 됐다"면서 판결을 환영했다.
ra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