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저 점유율' 한국GM, 철수설 속 '우울한 15주년'

입력 2017-10-12 06:15
수정 2017-10-12 10:40
'역대 최저 점유율' 한국GM, 철수설 속 '우울한 15주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추석 연휴에 친척·지인들이 모두 '지엠(GM) 정말 철수하느냐'고 물어봐서 할 말도 없고 곤란했다"

"판매 현장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들도 GM이 철수하면 AS(사후관리서비스)도 못 받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다"

직원들의 이런 하소연처럼, 판매 부진과 GM 철수설, 노사 갈등 등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GM이 오는 16일 창립 15주년을 맞는다.

특히 올해 창립기념일과 함께 GM이 2002년 옛 대우차를 인수하면서 내건 '15년 경영권' 약속의 유효기간도 끝나기 때문에, 한국GM 임직원뿐 아니라 자동차업계 전체가 그 어느 때보다 긴장 속에 한국GM의 열다섯 번째 생일을 주시하고 있다.

◇ 내수 점유율 7.8% '바닥'…올해까지 4년 적자 2조5천억 넘을 듯

우선 판매 실적 측면에서 한국GM은 거의 '역대급' 부진을 겪고 있다.

12일 한국GM 자체 집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한국GM은 국내외 시장에서 40만1천980대를 팔았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5% 줄어든 것이다.

특히 내수 시장에서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9월 내수 판매(8천991대)는 1년 전보다 36.1%나 급감했고, 1~9월 누적 내수 판매(10만2천504대)도 지난해 동기보다 19.9%나 적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8월까지 한국GM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승용차+상용차)은 7.8%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2년 한국GM 창립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06년, 2007년 10%를 웃돌고 작년까지만 해도 9.9% 수준을 유지했으나 올해 들어 상황이 크게 나빠졌다.

한국GM 관계자는 판매 부진의 원인에 대해 "재작년과 작년에는 트랙스, 말리부, 스파크 등의 부분변경 새 모델이 잇따라 출시됐지만, 올해의 경우 신차가 전기차 '볼트'와 '뉴 크루즈' 정도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인업(제품군) 가운데 요즈음 인기가 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판매 실적으로 미뤄, 한국GM의 누적 적자 규모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한국GM은 지난해 영업손실 5천311억 원을 포함해 최근 3년 동안 약 2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7~8%대 판매 감소율과 가동률이 20~30%에 불과한 군산 공장의 고정비용 손실 등을 고려할 때, 아무리 수출 성적이 지난해를 다소 웃돈다고 해도 올해 역시 작년과 비슷한 5천억 원 안팎의 영업손실은 불가피하다는 게 한국GM 안팎의 예상이다.

여기에 꼬인 노사 관계도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임단협 협상 중인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13일 신임 카허 카젬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19차 교섭을 시도했지만, 통역 담당 직원 교체 논란 등 사소한 절차상 이견으로 제대로 협상이 이뤄지지 못했다.

노조 신임 집행부 선거가 11월 중순께나 마무리될 예정이기 때문에 본격적 협상도 그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예 올해 타결에 실패하고 해를 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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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한국자동차시장 연도별 점유율 추이(단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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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2016│2017년│

│ │ │ │ │ │ │ │││1~8월 │

├───┼───┼───┼───┼───┼───┼───┼──┼──┼───┤

│9.6 │7.9 │8.1 │8.9 │9.5 │9.8 │9.3 │8.6 │9.9 │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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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수설 고조…카젬 사장, 연내 구조조정·사업재편 구상 밝힐 가능성

창립 15주년 기념일인 오는 16일을 기점으로, GM이 보유한 한국GM 지분은 '처분 제한' 족쇄를 벗는다.

GM은 당초 2002년 옛 대우차를 인수하면서 15년간 경영권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며 이 조항에 합의했는데, 16일 이후로는 꼭 한국GM 지분을 보유할 의무가 없어지는 셈이다.

GM 지분 매각제한 해제는 산업은행이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닌 것으로 알려진 만큼, 만약 GM이 한국GM 지분 매각과 함께 철수를 추진하면 더 붙잡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GM 측은 여전히 GM의 '완전 철수'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GM이 GM 내 생산, 디자인, 엔지니어링 허브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국GM은 4개 생산공장 뿐 아니라 신제품 개발을 위한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프루빙그라운드(주행테스트장)까지 거느린 세계에 7개뿐인 'GM 종합 사업장' 중 하나다. 특히 2014년 400억 원을 투자해 새로 단장(리모델링)한 디자인센터는 GM 그룹 내 세 번째 규모다.

지난달 1일 공식 부임한 신임 카허 카젬 사장도 같은 달 6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GM은 차량 생산과 디자인, 연구개발 측면에서 글로벌 사업 운영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다"며 "GM은 현재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성과 사업 성과를 끌어내는 한편 성장 가능성의 관점에서 최적의 시장에 진출해 있다. 여기에는 한국이 포함된다"며 철수설을 간접적으로 부인했다.

그러나 완전 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GM이 일부 공장 매각·폐쇄나 전반적 구조조정 등을 통해 한국GM의 효율성 제고와 적자 축소를 시도할 개연성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GM 관계자는 "GM의 대우차 인수 시 매각제한에 관한 어떤 추가적 이면 합의가 있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16일 이후 GM이 언제라도 철수할 수 있다'는 관측은 말 그대로 짐작일 뿐"이라며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GM이 '효율'을 강조하는 만큼, 한국GM도 설비 축소, 인력감축 등 수익성 개선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예상했다.

한국GM 안팎에서는 한국시장 상황과 업무 파악을 마친 카허 카젬 사장이 조만간 올해 안에 구체적 한국GM 사업재편 방향과 비전 등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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