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청소년'…56% 성병균 감염"

입력 2017-10-12 06:19
"성병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청소년'…56% 성병균 감염"

한림대의대, 12∼19세 보호관찰 청소년 237명 조사결과

"보호관찰 청소년 대상 성병 예방 및 검진프로그램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보호관찰 중인 '위기 청소년' 56%가 한가지 이상의 성 매개 질환에 걸려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보호관찰은 범죄자를 교도소 등에 구금하는 대신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지도·감독을 받아 건전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은 2014년 국내 청소년보호센터와 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 중인 12∼19세 청소년 237명(남 208명, 여 29명)을 대상으로 성병 유병률과 위험요인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대한의학회지(JKMS) 11월호에 발표됐다.

논문을 보면 전체 조사 대상 위기 청소년 중 64.1%(152명)가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성관계 때 콘돔을 사용한 경우는 27.6%(42명)에 그쳤다.

소변검사에서는 전체의 56.1%(133명)가 1개 이상의 성병균에, 35.5%(54명)가 2개 이상의 성병균에 각각 감염된 것으로 분석됐다. 3개 이상과 4개 이상 감염된 경우도 각각 9.2%(14명), 3.3%(5명)에 달했다.

검출된 성병균 중에는 유레아플라스마 파붐(U. parvum)이 24.1%(57명)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마이코플라스마 호미니스(M. hominis) 17.3%(41명), 클라미디아 트라코마티스(C. trachomatis) 13.9%(33명), 트리코모나스(T. vaginalis) 0.8%(2명) 등의 순이었다.

'비임균성'으로 분류되는 이들 균은 소변을 배출하는 요도에 염증을 일으켜 배뇨 시 통증, 요도 작열감, 요도 분비물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드물게는 혈뇨를 동반하기도 한다.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지만, 노란색 분비물이 보이는 경우에는 비임균성 요도염을 먼저 의심해야 한다.

이들 균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전립선염, 부고환염, 고환염, 골반염, 불임 등의 원인이 된다. 특히 클라미디아 등의 성병균은 산모에게 자연 유산이나 조산의 원인이 된다는 분석도 있어 조기 치료가 필수다.

전통적인 성병으로 꼽히는 '임질균'은 1.7%(4명)에서만 검출됐다. 매독 유병률은 0.8%(2명)였고,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 감염 사례는 없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보호관찰 중인 청소년들의 높은 성병 감염률이 확인된 만큼 이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체계적인 검진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청소년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성교육과 함께 적절한 치료기회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문제는 위기 청소년들 상당수가 성병에 걸린 줄도 모른 채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며 "국내에서도 청소년 시기의 성관계가 갈수록 증가하고, 이에 따른 성병 감염위험도 커지는 만큼 청소년 성병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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