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vs 역사보존'…기로에 놓인 춘천 레고랜드 사업
춘천시민사회네트워크 "선사유적 보존·사업 원점 재검토하라"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강원 춘천시 중도에 추진 중인 레고랜드 건설사업에 대해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개발지 내 유적지 보존을 주장하고 나섰다.
춘천시민사회네트워크는 11일 국립춘천박물관에서 학술 토론회를 열고 중도 선사유적 현황과 레고랜드 개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재억 춘천문화역사연구회 상임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방대한 중도 선사유적과 레고랜드를 바꿀 수 없다"며 "개발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 안전한 보존과 활용, 투명한 사업 진행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은 밀실행정 형태로 진행되고 자금 미확보로 인해 사업추진의 우려도 날로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재연 한림고고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중도가 가진 선사·역사 유적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중도 유적지는 청동기시대 중기 취락의 모델로 주거-분묘-생산-의례가 함께하는 공간"이라며 "중도가 진정한 취락 연구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고랜드 사업은 춘천시 의암호 한가운데 있는 섬인 중도 106만㎡에 모두 5천11억원을 들여 테마파크와 호텔, 워터파크, 상가 등을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사업 추진 중 2014년 중도 일대에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돼 공사에 제동이 걸렸다.
1천 기가 넘는 선사시대 유물이 나와 문화재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격론 끝에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유적 이전 보존을 조건부로 승인, 사업추진이 성사됐다.
한편 사업 시행사인 엘엘개발은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전략적 투자자인 어니스티스사의 '우선 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지했다.
당초 어니스티스사는 주변부지 매각 우선 매수협상권을 제안하며 본공사 책임 준공을 약속했었지만 본공사비 1천500억을 조달하지 않은 까닭이다.
레고랜드 사업은 지난 8월 초 영국 멀린사가 본공사 직접 투자를 포기한 이후 공사비 조달 방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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