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유럽 수출길 연 원전기술, 공론화위에 잘 반영돼야

입력 2017-10-10 19:54
[연합시론] 유럽 수출길 연 원전기술, 공론화위에 잘 반영돼야

(서울=연합뉴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공사의 영구중단 여부를 놓고 '숙의민주주의' 방식으로 여론을 수렴해온 공론화위원회가 이번 주말 공식활동의 마지막 절차인 종합토론을 벌인다. 시민참여단이 참석하는 이번 종합토론은 13~15일 2박 3일 일정으로 천안 교보생명 연수원에서 진행된다. 공론화위는 종합토론 첫날과 마지막 날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3·4차 공론 조사를 할 예정이다. 공론화위는 이번까지 4차례의 공론 조사 결과를 정리해 '권고안'을 작성한 뒤 오는 20일 정부에 제출한다. 정부는 공론화위의 결론을 그대로 수용할 것임을 그간 여러 차례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10일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정부는 그 결과를 존중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공론화 과정에서 어떤 간섭이나 개입도 없이 공정하고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론화위는 지난 7월 24일 출범할 때부터 법적 권한 논란에 휘말렸고 그 후에도 법률자문단 선정, 토론 자료집 작성, 전문가 선정 등에서도 편파 시비가 빚어졌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며 공사 재개를 주장하는 측은 "이렇게 중대한 결정을 법적 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아닌 공론화위에 맡기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고 비판한다. 또 우리 기술 수준과 지형적 특성을 고려할 때 원전의 안전성은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영구중단을 주장하는 측은 원전의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면서 일본 후쿠시마, 러시아 체르노빌 등의 원전사고를 예로 들며 한국도 독일처럼 원전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한다. 양측 모두 공론화위의 운영상 편파성을 거론하며 보이콧 움직임을 보여 한때 위원회가 파행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런 논란 속에 새 한국형 원전 모델 'APR 1400'의 유럽 수출형인 'EU-APR'의 표준설계가 최근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했다. EU-APR 표준설계는 우리 기술로 개발한 3세대 원자로 APR-1400을 유럽 안전 기준에 맞게 설계한 것이다. APR 1400은 공사가 일시 중단된 신고리 5·6호기 외에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와 신한울 1·2호기에 적용됐고,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 심사 3단계를 넘어 사실상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일본이 신청한 지 10년이 넘도록 겨우 1단계를 넘었고 원전 강국 프랑스도 중도 포기한 심사라고 하니 우리 원전기술의 우수성을 짐작할 만하다. 새 원전 수요가 늘고 있다는 영국, 스웨덴, 폴란드 등에 대한 수출 기대감도 높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국내에서는 우리 원전기술에 대한 평가는 놀라우리만큼 인색하다. 공식적으로는 정부도 원전 수출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도 그런지는 의문이다. EUR 본심사를 통과한 이번 개가를 알리는 데도 정부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나라가 한국의 원전기술을 선뜻 도입할지 모르겠다. 공론화위 시민참여단의 종합토론에서는 우리 원전기술이 안전성과 경제성에서 세계적으로 호평받고 있다는 사실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토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진영 논리에 갇혀 이분법적 공방만 주고받아서는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어렵다. 공론화위 '권고안'이 어느 쪽으로 나와도 논란은 불가피할지 모른다. 공론화위의 출범 단계부터 불거졌던 시비가 거의 해소되지 못한 채 내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공론화위의 최종 결론 도출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