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철강사 일바, 새 인수자 구조조정 요건 놓고 갈등 증폭
노동자, 대규모 감원 방침에 파업·항의 시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6월 세계 1위 철강 업체 아르셀로미탈이 이끄는 컨소시엄 품에 안긴 이탈리아 철강 업체 일바(ILVA)의 구조조정 요건을 둘러싸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카를로 칼렌다 이탈리아 산업장관은 9일 일바의 인수자로 결정된 '암 인베스트코' 컨소시엄이 제출한 구조조정안의 결함을 지적하며 향후 인수 절차에 대한 논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칼렌다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노동자들에 대한 급여와 노동 조건에 대한 컨소시엄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며 "협상은 중단됐다"고 선언했다.
칼렌다 장관의 이날 선언은 새로운 인수자의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에 반발해 남부 타란토에 있는 일바 사업장이 하루 동안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암 인베스트코는 일바를 인수하며 노동자 4천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암 인베스트코는 타란토 공장에서 3천300명, 북서부 제노바에 있는 공장에서 600명을 해고할 방침이다.
이날 일바 제노바 사업장에서도 인수업체의 구조조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아르셀로미탈은 칼렌다 장관의 인수 절차에 대한 협상 중단 발표에 "예상치 못한 결정에 깜짝 놀랐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일바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의 대표단은 모든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해법을 제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항변했다.
유럽의 다국적 철강회사 아르셀로미탈이 지분의 85%, 이탈리아 철강회사 마르체갈리아가 지분의 15%를 보유한 암 인베스트코 컨소시엄은 일바 입찰전에서 18억 유로(약 2조4천억원)를 써내며 생산 능력 기준으로 유럽 1위의 철강회사인 일바 인수에 성공했다.
일바는 소유주 일가가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남부 타란토에 대량의 독성 물질을 방출해 대기와 수질 오염을 일으킨 혐의가 드러나며 2012년 국가에 압수됐고, 이후 법정 관리를 받으며 매각 작업이 진행돼 왔다.
이탈리아 당국은 일바 공장이 일으킨 환경 오염으로 타란토 일대에서 암 등의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7년 동안 1만1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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