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태극마크'…어릴 적 꿈 이룬 이정후
이정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최종 엔트리 승선
이종범, 2006년 WBC 맹활약…아들은 11년 만에 '대표팀 외야 승계'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아버지와 함께 태극마크를 다는 건 어릴 때부터 꿈꿨던 일입니다."
이정후(19·넥센 히어로즈)는 지난 8월 아버지 이종범(46)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국가대표팀 외야·주루 코치 승선 소식을 듣고 이와 같은 소감을 밝혔다.
'야구 꼬마'가 본격적으로 야구선수를 꿈꾸기 시작하면 프로 유니폼을 먼저 마음에 품는다.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면 태극마크가 눈에 들어온다. 어릴 적 TV 속 아빠가 한일전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이정후는 자연스럽게 국가대표의 꿈을 키웠다.
꿈은 현실이 됐다. 이정후는 10일 KBO가 발표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최종 25인 엔트리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정후의 대표팀 승선은 예측 가능한 결과였다.
올해 이정후는 고졸 신인 타격과 관련한 수많은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범경기 때부터 맹타를 휘둘러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을 듣기 시작하더니, 주전 외야수를 꿰차 타율 0.324를 때리며 144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역대 첫 고졸 신인 전 경기 출전이다.
신인 역대 최다 안타(179개), 최다 득점(111점) 모두 이정후가 올해 새로 쓴 기록이다.
1993년 데뷔해 '바람'을 일으킨 아버지 이종범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이정후는 대졸 신인이었던 아버지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프로 무대를 휩쓸었다.
소속팀에서 톱타자로 활약한 이정후는 대표팀에서도 '공격 첨병'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과거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던 아버지처럼 말이다.
'국가대표 외야수' 이종범은 2006년 WBC에서 국민에게 잊을 수 없는 기쁨을 선사했다.
2라운드 한일전에서 이종범은 역전 결승타를 날려 '애국가' 영상의 단골손님이 됐다. 3루까지 노리다 아웃됐지만,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며 포효하는 그의 모습은 한국 야구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다.
이제 이정후는 11년 전 아버지가 지켰던 '대한민국 외야'에서 제2의 전설에 도전한다.
이미 KBO리그 무대에서는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 한일전은 대회 첫날인 11월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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