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전문가 "김정남 얼굴서 검출 VX, 치사량 1.4배"(종합)

입력 2017-10-11 00:36
수정 2017-10-11 00:37
말레이전문가 "김정남 얼굴서 검출 VX, 치사량 1.4배"(종합)

"VX 치사량 1㎏당 0.142㎎ 수준, 김정남 농도 1㎏당 0.2㎎ 추정"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얼굴에서 치사량의 1.4배에 달하는 농도의 VX 신경작용제가 검출됐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10일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김정남 암살 관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말레이시아 화학청 산하 화학무기분석센터의 라자 수브라마니암 소장은 김정남의 안구와 혈장에서 순수한 VX가 검출됐다고 밝혔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맹독성 화학무기인 VX의 치사량은 사람의 체중 1㎏당 0.142㎎ 수준이며, 이는 노출 대상자의 50%가 사망하는 용량을 의미한다.

라자 소장은 김정남의 얼굴 피부에서 검출된 VX 신경작용제의 농도를 체중 1㎏당 0.2㎎ 수준으로 추정했다.

그는 "이는 치사량의 1.4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반면, 눈에서 검출된 VX 신경작용제의 농도는 체중 1㎏당 0.03㎎으로 상대적으로 옅었지만, 이는 피부보다 안구를 통한 흡수가 빨라서 발생한 현상으로 설명됐다.

라자 소장은 김정남의 상의 옷깃과 소매에서도 VX 신경작용제가 검출됐다면서 공격을 받은 직후 얼굴을 닦는 과정에서 묻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정남의 상의와 가방 등 소지품은 이번 공판에 증거물로 제출되지 못했다. 해당 물품들은 지난 3월 말 김정남의 시신과 함께 북한에 인도된 것으로 확인됐다.

라자 소장은 이날 법정에서 VX 신경작용제가 각각은 독성이 없지만 섞이면 맹독이 되는 이원혼합물 형태로 제조돼 사용됐을 것이란 가설에 대해 "강한 열이 가해져야만 하기 때문에 불가능한 방식"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남의 얼굴에 VX 신경작용제를 바른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29)의 변호인들은 이날 공판에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이들은 리얼리티 TV쇼 촬영을 위한 몰래카메라라는 북한인 용의자들의 말에 속았을 뿐 피고인들에게는 사람을 살해할 의사가 없었다고 역설했다.

실제, 이들의 손에 VX 신경작용제를 발라주며 김정남 살해를 지시한 홍송학(34), 오종길(55), 리지현(33), 리재남(57)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당일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목적 달성후 현지에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도안 티 흐엉과 시티 아이샤는 김정남이 살해된 지 이틀과 사흘째 되는 날 각각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과 시외곽 호텔에서 체포됐다.

일본 후지TV는 지난 8일 휴대용 호흡기를 착용한 채 들것에 실려 공항내 진료소에서 구급차로 옮겨지는 김정남의 모습과, 이에 앞서 홍송학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공항내 커피숍에서 시티 아이샤에게 택시 탑승 티켓을 건네주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검찰은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이 김정남을 살해할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한 현지 경찰 당국자인 완 아지룰 니잠 체 완 아지즈는 이날 법정에서 흐엉이 김정남 암살 이틀 전인 올해 2월 13일 암살 장소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예행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흐엉이 예행연습 상대방의 얼굴을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린 뒤 두 손을 모아 사과했다면서, 반면 김정남을 공격할 당시의 모습은 "훨씬 거칠고 공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현지법은 고의로 살인을 저지를 경우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은 교수형에 처할 수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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