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소나기 태클에도 카탈루냐 독립 선언할까(종합)

입력 2017-10-10 15:46
수정 2017-10-10 16:03
국내외 소나기 태클에도 카탈루냐 독립 선언할까(종합)

안팎 비판에 내홍까지…"선언 못한채 정부와해" 관측도

독립땐 EU자동탈퇴 '왕따'…실리·명분 다 잃을 위기봉착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장재은 기자 = 스페인으로부터 독립 계획을 밝힌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실제로 독립을 선언할지 주목된다.

스스로 설정한 선언 시한이 임박하자 독립에 반대하는 스페인 내 목소리가 거세지는 데다가 유럽연합(EU), 이웃 국가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카탈루냐가 실제 독립하면 스페인 중앙정부의 제재, EU 자동탈퇴와 함께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경제이익이 독립 추진의 실질적 이유라는 시각에서 볼 때 게도 구럭도 다 잃을 수 있는 위기에 몰린 셈이다.

그 때문에 카탈루냐가 직설적인 독립 선언을 어떤 식으로라도 회피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 계획표에는 일단 독립선언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이달 초 치러진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90%의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되자 9일(현지시간) 열리는 자치의회에서 투표 결과를 공식 의결한 뒤 독립을 대내외에 선포한다는 계획을 일단 세워뒀다.

그러나 스페인 중앙정부를 비롯해 카탈루냐 안팎에서 독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계획에 동력이 달리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과 독일 dpa통신은 카탈루냐의 독립 선언이 과연 현실화될지에 관심이 쏠린다고 보도했다.

계획대로라면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10일 오후 6시 예정된 자치의회 연설에서 의회에 독립 선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가결한 주민투표법은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푸지데몬 수반의 요구 후 48시간 이내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포하도록 하고 있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자치의회가 이런 절차를 따를 경우 독립을 저지하기 위해 헌법 155조를 발동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한 상태다.

스페인 헌법 155조는 중앙정부가 불복종하는 지방정부를 해산하고 새 내각 구성을 위한 선거를 치르도록 강제할 권한을 담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푸지데몬 수반이 이끄는 '카탈루냐 유럽민주당' 의원을 인용해 그가 이날 연설에서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포하지 않고. '상징적인 성명'만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 동력 떨어진 데다 국내 반대여론 비등

하지만 카탈루냐의 독립 선언을 앞두고 독립에 대한 여론이 안팎에서 악화하고 있어 자치정부의 향후 행보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카탈루냐 주민들을 상대로 진행된 최근 여론조사에서 독립에 찬성하는 비율은 40% 정도에 머물렀다.

지난 1일 실시된 주민투표 결과가 투표율 43%에 찬성 90%임을 고려할 때 이는 독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투표를 보이콧했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자치정부가 주민투표 결과를 들며 독립을 강력히 밀어붙이자 독립 후폭풍을 우려한 반대 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카탈루냐 주민 35만 명(자체 추산 95만 명)은 이날 카탈루냐 독립에 반대하는 단체인 '카탈루냐시민사회'(SCC)가 바르셀로나에서 주최한 독립반대 집회에 참가해 자치정부를 향해 독립 행보를 중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아다 칼라우 바르셀로나 시장도 독립 선언을 만류하고 나섰다. 그는 "대화와 중재의 가능성을 날려버릴 어떤 결정도 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게 바로 그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용감한 행위"라고 말했다.

스페인 야당인 사회당의 페드로 산체스 대표도 "사회 조화를 깨뜨릴 시도에 직면한 중앙정부의 조치를 지지한다"고 독립선언에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EU 비롯한 이웃국가들의 소나기 태클까지

유럽연합(EU)과 유럽 이웃국들이 독립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카탈루냐 독립 선언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특히 EU는 카탈루냐가 독립을 선택할 경우 EU로부터 자동으로 퇴출당할 것이라는 방침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EU 주축국인 프랑스의 나탈리 루아조 유럽 문제 담당 장관도 이날 "카탈루냐의 일방적인 독립 선언은 절대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독립이 인정된다면 카탈루냐가 자동으로 EU를 떠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날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스페인의 단결을 지지한다며 독립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BBC방송에 따르면 EU 조약은 회원국의 지역이 스스로 독립을 선언할 경우 어떤 절차가 적용되는지 정확히 명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EU 내부에서는 일명 '프로디 독트린'이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로마노 프로디 전 EU 집행위원장 이름을 딴 이 원칙은 EU 회원국에서 분리 독립한 지역은 자동으로 EU 회원국 지위가 박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독립으로 EU 탈퇴가 현실화될 경우 카탈루냐 주민들은 역내 자유로운 통행권 등 EU 시민권자로의 권리를 잃게 된다.

특히 자동으로 유로존에서도 쫓겨나면 유로화를 쓰고 있는 카탈루냐 경제에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부유한 지역으로, 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독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EU 탈퇴로 카탈루냐 경제가 충격을 받을 경우 독립의 실질적 명분이 퇴색해 독립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이 현실화된다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부터 야기되는 최악의 결과보다 더 나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내분을 안고 태어난 분리독립 진영의 한계

스페인 정세 전문가인 세바스티안 발푸어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독일 dpa통신 인터뷰에서 "독립 선언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극좌 연정파트너인 '민중연합후보당'(CUP)이 푸지데몬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 자치정부가 와해되고 새 지역 선거가 촉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분리독립 운동진영에 태생적 한계가 있다며 이 같은 시각과 유사한 해석을 내놓았다.

NYT는 현재 독립운동 진영이 다른 국가들에서 볼 수 있는 우파 민족주의와 전혀 관계가 없는 소외된 세력의 연합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극좌 무정부주의 청년단체인 '아란', 복지국가 운동에 주력하는 민중연합후보당,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보수정당인 '카탈루냐 유럽 민주당'이 불안한 연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안팎의 압력 속에 유럽 민주당은 독립 선언에 주저하고 있으나 민중연합후보는 애초 약속을 지키라는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아란은 "푸지데몬이 이끄는 세력이 우리 계급의 적이지만 현재는 스페인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함께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물론 카탈루냐 독립 선언을 지지하는 외부 세력도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스코틀랜드국민당(SNP)는 이날 스페인 중앙정부를 향해 "분리독립 주민투표의 압도적 찬성표를 존중하라"며 카탈루냐의 독립을 승인하라고 촉구했다.

스코틀랜드 여당인 SNP는 2014년 독립 주민투표 부결에도 불구하고 영국으로부터 독립한다는 운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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