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농민시위 유혈진압 비난 여론…발포 경찰 4명 직무정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콜롬비아에서 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코카 잎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시위를 유혈 진압한 공권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고 엘 티엠포 등 현지언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5일 콜롬비아 남서부 나리료 주에 있는 투마코 시에서는 정부의 코카 잎 재배 강제 근절 정책에 항의하는 농민시위 도중 발생한 총격으로 최소 6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쳤다.
농민들은 당시 코카 잎 대체 작물 재배 농가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정부는 사건 초기에 평화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잔당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내전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마약 밀매 등을 통해 조달했던 옛 FARC 잔당의 사주를 받아 농민들이 시위에 나섰고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FARC 잔당이 몰래 발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 시민단체와 다수의 목격자는 경찰이 시위 해산을 위해 초기부터 막무가내로 발포했다고 증언하며 맞섰다.
이에 정부 행정감찰 당국은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 사망자들이 고속 장거리 총탄에 맞은 데다 다수 증언이 일치하는 점 등으로 미뤄 경찰이 발포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경찰청장 출신으로 이번 사건 후 투마코 시를 다녀온 오스카르 나란호 부통령도 "압도적인 다수의 증언이 경찰에 책임이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이 전날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국제 인도주의 단체와 현지 언론인들의 시위를 해산하려고 허공에 총탄을 쏘고 섬광 수류탄을 투척하자 비난 여론이 한층 거세졌다. 전날 시위에는 유엔과 미주기구(OAS)에서 파견된 대표단 등이 다수 참여했다.
정부는 이날 발포에 책임 있는 경관 4명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두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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