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혁명 아이콘' 체 게바라 50주기…볼리비아서 추모식·행진

입력 2017-10-10 05:15
'좌파혁명 아이콘' 체 게바라 50주기…볼리비아서 추모식·행진

게바라 4자녀, 쿠바·베네수엘라 고위층 등 참석…아일랜드선 기념우표 발행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아르헨티나 출신 혁명가이자 중남미 좌파의 아이콘인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가 사망한 지 만 50년이 되는 9일(현지시간) 게바라가 처형당한 볼리비아에 수천 명의 추모객이 몰렸다.

라 라손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볼리비아 동남부 소도시 바예그란데에서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을 비롯해 게바라의 4자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체 게바라 사망 50주기 추모식과 행진이 열렸다.

추모식에는 라미로 발데스 쿠바 국가평의회 부의장과 게바라의 동생인 라미로 게바라, 타렉 엘 아이사미 베네수엘라 부통령, 쿠바와 볼리비아에서 게바라와 함께 게릴라 활동을 했던 옛 동지 해리 비예가스와 레오나르도 타마요 등이 참석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추모식에 앞서 트위터를 통해 "50년이 지났지만 게바라는 자유와 평등을 위해 확고한 투쟁을 벌이는 젊은이들의 가슴에 살아 있다"고 적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전날 수많은 추모객이 몰려 호텔 방이 동나는 바람에 군이 바예그란데에 마련한 텐트에서 야영한 뒤 행사에 참석해 귀빈들을 맞았다.

앞서 모랄레스 대통령은 게바라가 처형당한 시골 마을 라이게라까지의 도보 행진에 참여하고 게바라의 흉상 앞에 헌화했다.

볼리비아에서는 지난 5일부터 게바라의 사망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토론회, 포럼, 문화제, 영화 상영 등의 크고 작은 행사가 이어졌다.

게바라가 혁명에 성공한 쿠바에서도 기념행사가 열리는 등 추모 열기가 고조됐다.

전날 게바라가 안장된 쿠바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비롯해 수많은 쿠바인과 전 세계에서 온 참배객 등 6만∼7만 명이 몰렸다.

게바라의 부계 혈통이 있는 아일랜드에서는 사망 50주년을 기념하는 1유로짜리 우표가 발행되기도 했다.



1928년 6월 14일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에서 태어나 의사의 길을 걸었던 게바라는 1956년 11월 피델 카스트로 등과 함께 그란마 호를 타고 쿠바로 건너간 뒤 1958년 친미 풀헨시오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전복시켰다.

이후 쿠바에서 중앙은행 총재와 산업부 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농지 개혁을 이끈 게바라는 더 큰 혁명의 꿈을 위해 다른 나라로 눈을 돌렸다.

1965년 콩고 반군을 거쳐 1966년 볼리비아로 건너온 게바라는 레네 바리엔토스 군부 정권을 무너뜨린 뒤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하려고 47명의 다국적 게릴라 부대를 조직해 무장투쟁을 벌였다.

게바라는 그러나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을 받은 볼리비아 정부군에 총상을 입고 체포된 다음 날인 1967년 10월 9일 라이게라의 학교 건물에서 39세의 나이로 처형당했다.

그는 처형 다음 날 라이게라에서 60㎞ 떨어진 바예그란데에서 시신이 전시된 뒤 불태워졌으며 암매장됐다. 게바라의 시신은 비밀 무덤에 안장됐다가 30년이 지난 1997년 전기작가 존 리 앤더슨에 의해 발견돼 쿠바로 옮겨졌다.

게바라는 민중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영웅이자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간 좌파 혁명가라는 칭송을 받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잔혹하고 피에 목마른 무장투쟁가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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