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ICAN 산파역 호주활동가 "호주 총리 전화도 없어"
"호주 내 창립 조직으로 첫 큰 상…놀랍지 않지만 약간 실망"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을 10년 전 처음 호주 내에서 출범시킨 호주활동가가 정부의 외면에 섭섭함을 표시했다.
ICAN은 2007년 호주 멜버른에서 출발해 글로벌 캠페인을 시작했고 그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국제 연대로 확대돼 출범했다. 현재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당시 호주 내 ICAN의 출발에는 의사인 틸먼 러프(62) 교수, 디미티 호킨스, 지금은 사망한 빌 윌리엄스가 공동 창립자로 나섰다.
ICAN 호주 책임자인 러프 교수는 9일 자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에 노벨평화상 발표 후 만 이틀이 지났음에도 맬컴 턴불 호주 총리나 그를 대신할 그 누군가로부터도 축하 인사를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러프 교수는 "호주에서 창립된 조직이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상을 받으며 인정을 받기는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는, 예상과 달리 전화도 없는 등 정부의 무반응에 "약간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호주 정부가 주요 동맹국인 미국의 핵우산 아래서 보호받는 데 만족하는 만큼 호주 정부의 이런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CAN은 지난 7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유엔 핵무기 금지협약'의 성안을 주도, 122개국의 지지를 받았지만, 주요 핵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는 이 협약에 반대했다. 호주도 반대쪽에 섰다.
러프 교수는 한편으로는 냉전 중이던 1985년 자신이 일원으로 활동하던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IPPNW)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을 때를 생각하면 놀랍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러프 교수는 "나는 당시 반응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며 "당시 결정에 대해 노벨위원회와 IPPNW 양쪽에 집요하고 격한 비난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IPPNW를 러시아의 꼭두각시 조직으로 봤고, 약간 순진하고 어리숙한 의사들이 소련의 선전 목적에 이용되는 것으로 간주했다는 것이 러프 교수의 설명이다.
러프 교수는 "우리는 단지 우리의 역할을 하기를 원했고, 이 역할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라고 강조했다. 러프 교수는 현재 호주적십자사와 멜버른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IPPNW 공동 의장도 맡고 있다.
ICAN의 이번 수상과 관련해 주요 핵보유국들은 달갑지 않다거나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ICAN이 주도한 핵무기금지협약의 무용론을 거론하며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냈고, 러시아 크렘린궁은 "노벨위원회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자세한 논평을 삼갔다. 세계 핵 보유 4위 국가인 중국은 입을 닫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수상자 발표 직후 "북한 (핵) 위기라는 맥락에서 핵 비확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고, 일본도 이틀이 지나서 "국제사회에서 핵 군축·비확산을 향한 인식이 확산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