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스포츠가 빚은 남북한 눈물의 순간들

입력 2017-10-10 06:22
수정 2017-10-10 11:27
[2018 평창] 스포츠가 빚은 남북한 눈물의 순간들

1991년 남북 탁구단일팀, '우승 드라마' 쓰고 기약없는 이별

신금단 부녀, 한필성·필화 남매 애끊는 이산상봉도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분단의 세월 속에서 스포츠는 남북한이 만나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장(場)이었다.

분단의 장벽을 넘어 빚어진 감동의 순간들은 남북한 선수들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국민에게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1991년 4월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 선수단이 써낸 '드라마'는 남북 스포츠 교류가 남긴 여러 감동적인 장면 가운데서도 첫손에 꼽힌다.





'코리아'라는 이름 아래 뭉친 단일팀 선수들은 남한의 현정화(현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와 북한의 리분희, 유순복 등이 나선 여자 단체전에서 당시 9연패를 노리던 세계 최강 중국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처음에는 이질적이었던 남북 선수들이 합동 훈련을 거치며 든든한 동료가 되고, 결국에는 세계 정상에 오르던 순간 선수들은 물론 선수단 임원, 재일동포 응원단도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분단의 현실은 기쁨의 눈물뿐만 아니라 슬픔의 눈물도 만들어냈다. 한 달 보름여 동고동락하던 남북 선수단이 기약 없는 이별을 하며 울먹이는 광경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현정화 부회장은 지난 2012년 한 강연에서 북한 선수단과 헤어지던 때를 떠올리며 "'전화번호 달라' '언제 보자'라는 얘기도 할 수 없는 이별이었다"고 안타까웠던 심정을 회고했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의 애틋한 스토리는 이후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지난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을 무대로 처음 성사된 남북 선수단의 동시 입장도 남북 스포츠 교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동적 순간이다.

2000년 9월 15일 시드니 홈부시베이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 180명은 하늘색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나란히 입장했다. 이 모습은 TV로 지켜보던 많은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고, 12만여 명의 현장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답했다.

헤어졌던 남과 북의 가족들이 국제 스포츠 대회를 무대로 짧은 재회를 하며 분단의 부조리와 이산의 아픔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1964년 10월 일본 도쿄에서 북한 육상선수 신금단과 남한의 아버지 신문준씨가 만난 것은 남북한 이산가족의 분단 이후 사실상 첫 상봉 사례로 기록됐다.

당시 도쿄 올림픽 참가를 위해 일본에 입국한 신금단은 출전을 거부당해 철수하기 직전 아버지와 극적으로 재회했다. 14년 만에 만난 부녀에게는 10분 남짓의 짧은 시간만이 허락됐다.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은 가수 황금심이 부른 '눈물의 신금단'이라는 노래로도 만들어졌다.

1971년에는 6·25전쟁 당시 단신 월남한 한필성씨와 북한 스케이트 선수로 일본을 방문한 여동생 필화씨의 절절한 국제 통화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들 남매는 1990년 필화씨가 북한 스케이트협회 서기장이 되어 동계아시안게임 참석차 일본 삿포로를 다시 방문했을 때에야 비로소 만날 수 있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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