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어금니 아빠' 여중생 살해에 무게…딸도 조사"(종합)
중간수사 발표…"끈에 의한 질식사 추정…피의자 자택서 비닐끈 발견"
"피의자, 사체유기 혐의엔 고개 끄덕…살인 혐의엔 묵묵부답"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최평천 기자 = 여중생 살해·시신 유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8일 피해자 A(14) 양이 끈에 의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법원에서 시신 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 모(35) 씨가 A 양을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이 씨의 딸(14)이 범행에 가담한 정황도 수사할 방침이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오후 브리핑에서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서 피해자 부검을 한 결과 끈에 의한 교사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을 받았다"면서 "목 뒤 점출혈, 목 근육 내부 출혈, 목 앞부분 표피박탈 등 타살 정황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의자 이 씨가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타살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씨가 살해했을 가능성이 작지 않아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범행 장소로 추정되는 이 씨의 중랑구 자택에서 비닐 소재로 추정되는 끈과 드링크 병, 라텍스 장갑 등을 수거해 국립과학연구소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지목한 장소에서 시신이 발견되는 등 살인 혐의 정황이 충분히 있다"면서 "살인 혐의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다만, 경찰은 "현재까지 수사한 결과, 성폭행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A양 시신은 발견 당시 나체 상태였으나, 유기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 외에 고의적인 훼손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씨는 현재까지도 수면제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해 제대로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여서, 영장실질심사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경찰 조사와 법원 영장심사에서 줄곧 입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는 방식으로 조사에 임했다.
경찰은 "이 씨는 영장심사에서 시신 유기 혐의에 관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면서 "범행방법, 범행과정, 범죄혐의 인정 여부 등 사건과 관련된 질문에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씨의 딸이 범행 전반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수사할 계획이다. 이 씨 딸은 이 씨가 체포되기 직전 함께 수면제를 먹은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다. 다만 생명에 지장은 없고 곧 호전될 전망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숨진 A 양이 이 씨의 집에 들어간 30일 이 씨가 외출했다가 다시 집에 들어가는 것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지난달 30일 딸의 친구인 중학생 A 양을 살해하고서 A 양의 시신을 강원 영월의 야산에 버린 혐의로 체포돼 이날 오후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이 씨는 희소병인 '유전성 거대 백악질' 앓고 있고 자신과 같은 병을 물려받은 딸을 극진히 돌본 사연으로 10여 년 전 수차례 언론에 소개된 인물이다. 그는 수차례에 걸친 얼굴 수술로 치아 중 어금니만 남아 자칭 '어금니 아빠'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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