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사관은 불법외화벌이 전초기지…"관저 임대·정육점 운영"
NYT 실태 다뤄…대사관주소에 수십개 北기업 등록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무도회 개최에 소고기 판매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전 세계에 나가 있는 북한 대사관이 달러를 좇고 있다면서 북한 외교관들이 외교시설 등을 이용해 외화벌이에 나선 실태를 다뤘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비롯해 미국 등 국제사회가 전방위적 대북제재의 고삐를 쥐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40여 개국에 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대사관들이 각종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40개의 기업이나 단체가 폴란드 바르샤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 주소를 두고 있다.
제약회사에서부터 광고회사, 요트클럽 등 각종 타이틀을 단 이들 기업이나 단체는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직접 운영하거나 그와 관련된 회사로 추정된다.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는 북한이 두 개 부지에 수개의 외교 관련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북한 대사관이 들어가 있는 복합 건물과 여기서 동쪽으로 걸어서 15분 거리에 '테라 레지던스'로 알려진 건물이 있다.
테라 레지던스는 과거 북한 대사관저였던 건물로 현재는 외화벌이를 위해 현지 업체에 임대 중이다. 예식장은 물론 잡지 사진이나 뮤직비디오, TV 광고 촬영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고 일부 은행이 입점하기도 했다.
한주에 수차례 파티가 열리고 심야에 불꽃놀이로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경찰에 신고가 들어가는 등 주변 민가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북한의 외화벌이 활동은 매우 은밀하게 이뤄지지만 이같이 주변의 원성을 통해 확인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테라 레지던스를 찾는 사람들은 북한 소유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건물을 임대한 업체는 "북측과 장기 임대계약을 맺었다"면서 "유엔 안보리가 최근 강도 높은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한 이후 임대료 지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시설보수 등에 많은 투자를 해 북측으로부터 쫓겨나지는 않고 있다.
북한은 과거 관계가 돈독했던 동구권에 상대적으로 넓은 외교 공관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중 북한대사관 직원은 해금강 무역회사 일꾼으로도 이름이 올라와 있다.
해금강무역회사는 모잠비크에 대공미사일과 레이더 시스템을 공급한 회사로 알려졌으며, 미국의 대북제재 대상이기도 하다. 또 2014년 중국의 한 웹사이트에 기계장비를 판매한다는 광고를 게재할 당시 주중 북한 대사관이 등록된 주소였다.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부소장은 수년 전 인도에서 소고기를 사려면 북한 대사관 뒷문을 두드리면 된다는 얘기가 현지 외교가에 파다했다는 얘기를 작고한 외교관 출신 장인에게서 들었다면서 북한 대사관은 당시 지하에 정육점을 운영했다고 말했다.
외교 공관을 활용한 영업활동은 국제법적으로 불법이며, 유엔 대북제재 결의도 이를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독일이 유스호스텔로 사용되고 북한 외교시설을 폐쇄한 것을 비롯해 일부 국가가 단속에 나서고 있다.
불가리아 외교부는 대사관시설을 영리활동을 위해 임대한 데 대해 외교 공간으로만 사용할 것을 촉구하는 등 지속해서 북측에 문제를 제기해왔다고 밝혔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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