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피임보험 의무 적용' 면제…고용주 종교적 신념 '존중'
美보건복지부 "양심반한 행동 강요못해"…'오바마 뒤집기'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고용주의 종교적 신념 등을 존중해 피고용 여성에 대해 혜택을 줘온 '피임보험 제공 의무'를 면제하는 조치를 했다.
미 보건복지부는 6일(현지시간) 그동안 피고용 여성들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해온 피임 관련 건강보험 혜택을 고용주의 종교적 신념, 도덕적 확신에 따라 더는 제공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고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낙태는 물론 피임을 통한 인위적 산아제한에 반대하는 보수파와 종교계 의견이 반영된 이번 조치는 발표와 동시에 실행에 들어갔다.
미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법이나 건강보험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자신의 양심에 반하도록 강요당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피고용자에 대한 피임보험 의무제공은 미 식품의약청(FDA)이 승인하는 피임약 등에 대한 보험 비용을 고용주가 부담하도록 한 것으로 전임 오바마 정부가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ACA)를 통해 시행해왔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피임보험 의무제공 조치는 일부 고용주와 피임에 반대하는 종교단체 등의 거센 반발을 샀고, 이를 둘러싼 소송도 적잖았다.
NYT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조사에서 5천500만 명 이상 여성이 피임보험 혜택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트럼프 정부의 새 조치로 수십만 명의 여성이 기존의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 역시 거센 역소송에 휘말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매사추세츠주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미 보건복지부의 발표 당일 이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미 정교분리 연합' 측은 "트럼프 행정부가 피고용 여성들에게 용인할 수 없는 부담을 지웠다"면서 "종교의 자유는 믿음과 숭배를 위한 권리이지, 정부가 개인에게 해를 끼치거나 비용·부담을 지우기 위해 활용하는 권리가 아니다"고 비판하고 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일부 보수단체나 종교단체는 "종교적 신념을 지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적극 옹호하고 나섰고,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종교적 자유를 위한 기념비적 날"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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