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여당서 메이 불신임안 발의중…의원 30명 서명
메이 "내각으로부터 완전한 지지 받고 있다" 일축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집권 보수당에서 지난 6월 조기총선 참패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테리사 메이 총리를 끌어내리기 위한 당 대표 불신임안 발의가 준비되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2012~2015년 보수당 당의장을 지낸 그랜트 샤프스 하원의원은 6일(현지시간) B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새로운 당 대표와 총리를 뽑는 당내 선거가 실시될 수 있도록 메이 총리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직 장관 5명을 포함해 약 30명이 자신의 이런 견해에 동참해 서명했다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했던 의원들과 찬성했던 의원들이 두루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처럼 특별한 시기에 우리에게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여름과 (10월 1~4일 열린) 보수당 전당대회를 거친 기간 이런 리더십은 없었다. 지금 새 대표를 뽑는 선거를 하거나 적어도 경선 일정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당 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 불신임안이 표결에 이르려면 최소 의원 48명이 불신임안 발의에 서명해야 한다. 따라서 그랜트 의원이 주도한 불신임안은 아직 발의에 필요한 정족수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에 대해 메이 총리는 "내각으로부터 완전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리더십 부재 비난을 일축했다.
메이 총리는 이 나라에는 "고요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이게 바로 나의 리더십"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불신임안 발의 움직임은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이 내각에서 합의되지 않은, 자신만의 브렉시트협상 '레드 라인'들을 언론 기고를 통해 내놓으면서 메이 총리가 내각 지도력을 잃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른 가운데 나왔다.
보수당 일각에서 존슨 장관을 해임하라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온 가운데 BBC방송 프로그램 진행자가 메이에게 '존슨 장관은 해임이 불가능한 인사'인지 묻자 메이는 "내각이 현재 브렉시트협상에 단합돼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런 와중에 메이는 보수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 4일 연설 도중 사이먼 브로드킨이라는 코미디언이 연단으로 다가와 자신에게 "존슨 장관이 주라고 했다"면서 'P45'(해고 통보문)라고 적힌 종이를 전달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메이는 브렉시트협상을 앞두고 "강력한 협상권을" 손에 쥐려고 20%포인트 안팎에 달하는 지지율 우위를 계산에 깔고 조기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결과는 오히려 13석을 잃고 의회 과반의석마저 상실한 뒤 북아일랜드 지역정당인 민주연합당(DUP) 지지에 힘입어 간신히 보수당 소수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메이 총리는 거센 사퇴 압력에 몰렸다.
하지만 새 대표 선출은 자멸의 길이라는 보수당 내 저변에 깔린 인식이 메이 체제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장 총리직을 자동 승계할 당 대표 경선을 벌일 경우 당내 분란이 다시 불거지고 누가 대표로 새로 선출돼 총리에 오르더라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또 조기총선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이는 곧 선거에서 야당인 노동당에 패배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에서다.
메이는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책임지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당 대표와 총리에서 중도 사퇴하면서 치러진 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해 총리직을 자동 승계했다.
jungw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