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자녀에 시민권 부여 伊법안에 지지 단식 확산
교사들이 시작한 단식에 장관·의원·문화계 인사들도 동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반난민 정서가 고조되고 있는 탓에 이민자 2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일명 '이우스 솔리' 법안의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이탈리아 교육 현장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 법안에 대한 지지 단식이 확산하고 있다.
ANSA통신에 따르면 그라치아노 델리오 이탈리아 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과 의원 70명 등 정치인들이 5일 '이우스 솔리'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단식에 합류했다.
배우 겸 작가인 알레산드로 베르곤초니, 영화 감독 안드레아 세그레, 배우 겸 감독인 아스카니오 셀레스티니 등 문화계 인사들도 단식 대열에 동참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3일 이우스 솔리 법안 통과를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이탈리아 전역의 교사 수 백 명에게 지지 의사를 표현하며 이탈리아에서 양육되고 있는 이민 가정 어린이들의 사회 통합을 위해 정치권이 성숙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델리오 장관은 "상원은 각 정당의 지침이 아니라, 나라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며 "시민의 권리를 지키는데 있어 주저해서는 안된다"고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아이들을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 대신에 그들의 통합을 도울 필요가 있다"며 "이 법안에 대한 표결은 의원 개개인의 양심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틴어로 속지주의를 의미하는 '이우스 솔리' 법안은 이민자의 자녀가 만 18세가 돼야 시민권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이민법을 고쳐, 이탈리아에서 최소 5년의 정규 교육을 받은 이민자 자녀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3년부터 추진된 이 법안은 2015년 10월 하원 관문을 통과했으나 우파 정당의 반대로 상원에 2년 가까이 계류돼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 법안에 대해 당초 지난 8월 정부 신임 투표와 연계해 상원 표결에 부치려 했으나, 우파 정당은 물론 집권 민주당의 연정 파트너인 소수 정당으로부터도 반대가 제기돼 과반 찬성표 확보를 장담할 수 없게 되자 법안 처리를 전격 연기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는 현행 의회의 임기가 끝나기 전인 내년 봄 이전까지는 이 법안을 상원 투표에 부칠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난민에 대한 이탈리아 대중의 점증하는 반감을 고려할 때 표결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 또한 표결이 이뤄진다 해도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를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이우스 솔리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진영은 오는 13일 이탈리아 전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정치권에 대한 압박을 이어간다. 이날 이탈리아 주요 도시 광장에는 교사, 학부모, 학생 등 수 십 만명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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