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세청, 신용정보 누출업체와 정보서비스 계약 논란

입력 2017-10-05 11:13
美국세청, 신용정보 누출업체와 정보서비스 계약 논란

존 N. 케네디 연방상원의원 "린지 로한에게 주점 열쇠 맡긴 격"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의 개인 신용정보업체 '에퀴팩스'(Equifax)가 대규모 고객 정보 누출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와중에 미 연방 국세청(IRS)이 에퀴팩스와 데이터 서비스 계약을 체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4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과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IRS는 에퀴팩스로부터 납세자 신원 확인과 탈세 방지용 데이터를 제공받기로 하고 최근 750만 달러(약 86억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폴리티코는 이같은 사실이 연방정부 입찰 사이트인 FBO(Federal Business Opportunities)에 지난달 30일자로 게재됐다고 전했다.

에퀴팩스는 지난 5월 중순부터 7월 사이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당해 1억4천500만 명에 달하는 고객 신용정보가 유출됐는데도 지난달 7일에야 뒤늦게 이 사실을 공개해 물의를 빚었다.

이로 인해 리처드 스미스 에퀴팩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6일 자리에서 물러났고, 현재 미 의회에서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청문회에 참석한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은 IRS의 수의계약 결정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린 해치 연방상원 재무위원장(공화·유타)은 "미국 인구 절반에 가까운 대규모 개인 정보가 유출된 경위를 아직까지 간단명료하게 해명하지 못하는 업체에 납세자 정보와 혈세 수백만 달러를 쥐어주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존 N.케네디 상원의원(공화·루이지애나)은 "IRS가 에퀴팩스와 정보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음주 사고 연예인 대명사) 린지 로한에게 주점 열쇠를 맡긴 것이나 다름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IRS는 에퀴팩스가 이전부터 유사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면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을 갖춘 유일한 업체이고, 없어서는 안될 중대 서비스여서 계약을 갱신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내부 조사와 에퀴팩스 현장 방문을 통해 에퀴팩스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IRS 데이터나 시스템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현재 잘못된 징후가 보이지는 않지만,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에퀴팩스 측은 "IRS 관련 정보는 해킹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원 재정위 민주당 간사 론 와이든 의원(오리건)은 "에퀴팩스가 IRS의 수의계약 대상이 된 경위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며 "납세자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하이디 하이트캠프 상원의원(민주·노스다코타)은 에퀴팩스가 해킹 사태에 책임을 지고 IRS에 계약 해지를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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