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車 관세부활땐 경쟁력 '뚝'…美농산물 관세철폐 요구도 부담

입력 2017-10-05 09:40
수정 2018-10-01 16:43
한국車 관세부활땐 경쟁력 '뚝'…美농산물 관세철폐 요구도 부담

'무관세' 한국 철강, 반덤핑 가능성에 '노심초사'…한미FTA 개정협상에 관련업계 '초긴장'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한국과 미국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 사실상 합의하면서 국내 업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무역적자 주범으로 지목하는 자동차와 철강 업종은 최악의 경우 대미(對美) 수출 물량에 대한 관세와 상계관세 부과 등으로 타격을 입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관세 철폐를 요구하는 농업 분야도 개정협상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車업계 "관세 부활 되면 가격경쟁력 하락"

FTA 체결 이전으로의 교역 조건 복원은 국내 자동차 업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개정협상 시나리오다.

미국은 FTA에 따라 한국 자동차 관세(2.5%)를 2012년 협정 발효 후 2015년까지 4년간 유지하다가 2016년 폐지했다.

따라서 현재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는 무관세다. 일본·유럽산 자동차(2.5% 관세율)보다 관세 측면에서 이점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FTA 개정협상 과정에서 관세가 부활하면, 그만큼 미국 수출용 한국차의 가격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최근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이 같은 악재까지 겹치면 재기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업계에서는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량 가운데 약 절반가량이 미국 현지 생산이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건너가는 물량인 만큼 관세가 부활하면 수출은 더욱 고전을 면하지 못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의 전체 수출 가운데 미국 시장의 비중은 '3분의 1'(2017년 상반기 승용차 기준)가량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미FTA 개정협상이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아직 개정협상이 공식 개시되지도 않은 상태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 관세가 부활하면 미국 상황도 불리하다.

한국은 미국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발효 전 8%)를 2012년 발효 즉시 절반(4%)으로 낮춘 뒤 2016년 완전히 없앴다.

관세 철폐 효과에 힘입어 협정 발효(2012년) 후 지난해까지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입량은 2만8천361대에서 4.4배인 6만99대로 급증했다. 수입금액 역시 7억1천700만달러에서 4.6배인 17억3천900만달러로 치솟았다.

이 기간 미국차 수입 증가율(339.7%)은 전체 수입차 증가율(158.8%)의 두 배에 이를 뿐 아니라, 특히 지난해 한국 시장에 들어온 수입차가 전년보다 8.3% 줄었음에도 미국 차는 22.4%나 늘어나는 호조를 보였다.

◇ 농업계 "관세 철폐되면 美농산물 수입 봇물"

무역전문지 '인사이드 US 트레이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8월 22일 한미FTA 공동위에서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한국의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즉시 철폐를 요구했던 것이다.

미국은 이 같은 요구와 함께 미국이 한국산 농산물에 부과하는 관세는 철폐 기간을 5~10년 연장해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한미FTA 체결 당시 쌀을 비롯한 민감 품목 16개를 양허 대상에서 제외했다.

578개 품목은 발효 즉시 관세를 철폐했지만 나머지 1천499개 품목은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한미FTA 발효 5년이 지난 지금 아직 관세가 남은 농산물은 545개 품목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품목은 쇠고기로 협상 체결 당시 15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쇠고기는 한국이 농업 분야에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 단일 품목으로, 지난해 수입 규모는 10억3천500만 달러였다.

이런 영향으로 올 1∼5월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48.4%까지 높아지며 호주산(42.8%)을 앞질렀다.

치즈, 버터, 설탕, 호두, 닭고기, 사과, 배, 마늘 등도 아직 관세 기간이 남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여부가 개정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경우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정부는 한미FTA 개정과 관련, 쌀을 포함한 농업 분야는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한미FTA 발효와 동시에 1천65개 품목의 관세를 철폐했다.

6년 이상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품목이 337개다.

미국은 이들 품목의 관세 철폐 기간을 5~10년 연장하겠다고 주장한 것이다.

농업 분야는 미국이 한국보다 우위에 있는 품목이 많으며 한미FTA를 통해 가장 혜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림축산물 분야의 대미 수출 규모는 7억1천6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수입은 68억5천200만 달러에 달해 무역적자 규모가 61억3천6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 철강업계 "반덤핑·상계관세 걱정"

미국 측이 한미FTA의 '불공정성'의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 철강 수출을 지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두 분야는 상관이 없다.

철강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무관세 협정에 따라 한미FTA 발효 이전인 2004년부터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FTA 개정협상을 계기로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를 더 엄격하게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의 약 81%가 이미 반덤핑이나 상계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한국산 철강이 미국 전체 철강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3.8%에서 2016년 3.2%로 감소했다.

미국 정부가 발표를 보류한 '무역확장법 232조' 수입산 철강 조사 결과도 여전히 철강업계를 긴장하게 하고 있다.

이 조사는 중국산 철강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산도 포함될 수 있어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미FTA 개정 이후 반덤핑 관세를 강화하거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한국산이 포함되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관산업인 자동차 수출이 한미FTA 개정으로 주춤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에 공급하는 철강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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