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미인대회 우승자, 로힝야 비판 영상 게재후 왕관 박탈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의 미인대회에서 우승한 10대 여성이 SNS에 로힝야족 반군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게재했다가 우승이 취소됐다.
4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 미스 그랜드 미얀마 우승자인 슈웨 이아인 시(19)는 지난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의 주장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게재했다.
슈웨 이아인 시는 이 영상에서 로힝야족이 핍박받는 것처럼 전 세계를 속이기 위해 ARSA가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영상에 사용된 그래픽 이미지들이다. ARSA가 자체 홍보 동영상에 핍박받는 로힝야족 민간인이라고 소개하면서 내보낸 피를 흘리는 사람들과 발가벗은 아이들의 그래픽 이미지가 들어 있었다.
미스 그랜드 미얀마 대회 주최 측인 미스 유니버스 미얀마는 이 영상이 논란이 되자 지난 1일 슈웨 이아인 시가 계약을 위반했다며 수상을 취소했다.
정황상 ARSA가 사용한 이미지를 영상에 사용한 것이 수상 취소의 원인으로 보이지만, 주최 측은 우승 취소가 동영상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스 유니버스 미얀마는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슈웨 이아인 시에 관한 결정은 라카인주 관련 영상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는 지난 8월 25일 ARSA가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 30여 곳을 동시에 습격했다.
미얀마 정부는 지난해 10월에도 경찰초소를 공격한 적이 있는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했고, 미얀마군은 병력을 투입해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지금까지 5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민간인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또 현재 양국 국경지대에서 대기 중인 로힝야족 난민도 1만명이 넘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테러단체 소탕을 빌미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민가에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고, 이런 주장을 토대로 유엔 등도 이번 사태를 '인종청소'로 규정하는 등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소탕전이 안보 차원의 정당한 활동이며, 외신들이 조작된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보도해 불안감을 조장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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