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안전 캠페인, 공포 부각 말고 운전자 지갑 겨냥해야"
호주 연구팀…"운전자들, '사고는 남의 일' 간주로 비효율적"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심하게 훼손된 차량이나 피로 얼룩진 신체를 보여주는 등 두려움에 초점을 맞춘 도로안전 캠페인은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신 벌금이나 벌점에 초점을 둔 캠페인이 현실적으로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호주 제임스 쿡 대학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운전자 대부분은 심각한 사고보다는 벌금이 따르는 위험한 운전이 통제 가능하다고 믿는 만큼 도로안전 캠페인은 참혹한 사고 모습에 따른 공포보다는 운전자의 지갑을 겨냥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고 호주 언론이 4일 보도했다.
연구를 이끈 레베카 페드루치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설사 개인의 잘못으로 인한 사고라 하더라도 치명적이거나 심각한 사고에 관해 운전자들이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벌금이든 차 사고든 부정적인 결과에 노출되는 것을 운전자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2차례에 걸쳐 조사했다.
운전자 236명을 상대로 한 첫 조사에서는 도로 상의 행위 및 결과를 놓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 정도를 점수로 매겼다.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하면 7점, 확신이 서지 않으면 1점으로 했다.
조사 결과, 과속 같은 위험한 행동의 통제 여부에 관해서는 평균 6점이 나와, 운전자들이 전반적으로 통제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금과 관련해서도 평균 6점이 나왔다.
반면 차 사고와 관련해서는 평균 3.6점에 그쳐 통제에 대한 확신 수준이 뚝 떨어졌다.
228명 대상의 후속 조사에서는 비록 자신의 잘못으로 사고가 났을 때조차 응답자들은 사고를 통제할 수 있었다기보다는 결과를 바꿔놓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도로안전 전문가인 줄리 햇필드 박사는 많은 운전자가 자신에게 사고가 일어날 것으로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말했다.
햇필드 박사는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 그런 나쁜 상황에 놓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운전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과 함께 그런 일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호주에서는 자동차 사고 사망자 수가 수십 년간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에는 모두 1천295명이 숨져 전년도보다 7.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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