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36번, 이젠 '영구 결번'…유니폼 접어 반납

입력 2017-10-03 21:18
수정 2017-10-04 00:03
등번호 36번, 이젠 '영구 결번'…유니폼 접어 반납

삼성 구단주, 이승엽 재단에 1억원 전달…구단은 홈런 순금 기념패

동료·후배 선수들, 순금 야구공과 기념 배트 선물



(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은 화려한 기록으로 삼성 라이온즈를, KBO리그를 반짝반짝 빛냈다.

이승엽이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순간, 삼성도 금빛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3일 대구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최종전이 끝난 뒤, 이승엽의 은퇴식이 시작됐다.

구장을 환하게 밝혔던 빛이 잠시 사라졌다. 곧 빛줄기가 한 곳을 향했다. 이승엽이 서 있는 작은 무대 위였다.

라이온즈 파크를 가득 메운 팬들이 "이승엽"을 연호했다. 이승엽은 촉촉해진 눈으로 그라운드와 관중석을 돌아봤다.

이어 삼성 선수단의 선물이 이어졌다.

이수빈 구단주가 '이승엽 재단'을 위해 출연금 1억원을 전달했다.

이승엽은 2015년 11월 삼성과 FA 2년 계약을 하며 3억원을 출연해 이승엽 재단을 만들었다. 은퇴 후 꿈나무 야구 선수 육성을 위한 재단 설립 자금이었다.

삼성은 이 뜻을 이어받아 1억원을 기부했다.

김동환 라이온즈 대표이사는 순금으로 만든 '홈런 기념패'를 선물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동점 3점포, 2003년 당시 아시아 한 시즌 최다인 56호 홈런,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전 역전포, 2006년 WBC 아시아 라운드 결승 역전 홈런, KBO리그 통산 450호 홈런 장면을 금으로 새겼다.



이승엽의 눈시울은 점점 붉어졌다.

이어 삼성 주장 김상수가 순금 야구공과 기념 배트를 이승엽 품에 안겼다.

이승엽의 경북고 시절 은사 서석기 TBS 해설위원이 경북고 모자를, 이승엽의 삼성 입단 당시 사령탑 우용득 전 감독이 삼성 입단할 때 유니폼을 전달하며 '추억'도 되살렸다.

행사 진행은 대구 야구장 장내아나운서와 선수로 인연을 맺은 방송인 김제동 씨가 했다.

이승엽은 팬들을 향해 "어릴 때 삼성 선수가 되는 꿈을 꿨다. 다행히 삼성에 입단했고, 우승도 했다"며 "이렇게 은퇴식까지 치르니 난 정말 행복한 선수다. 평생 이 순간을 잊지 않겠다"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승엽은 마지막으로 타석에 서서 배트를 잡았다. 마운드 위에서 불빛으로 그린 공 모양이 등장했고, 팬들이 "이승엽 홈런"을 외치자 이승엽은 시원한 스윙을 했다. 그리고 불꽃이 터졌다.

'타자 이승엽'의 마지막 스윙이었다. 이승엽은 등번호 36이 적힌 유니폼 상의를 벗어, 김동환 대표이사에게 반납했다. 이승엽의 영구결번식이었다.

이렇게 이승엽은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리고 그는 전설이 됐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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