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아내' 이송정 씨 "내일도 야구장으로 출근할 것 같은데"

입력 2017-10-03 17:39
수정 2017-10-03 18:19
'이승엽 아내' 이송정 씨 "내일도 야구장으로 출근할 것 같은데"

"그동안 많이 힘들었으니, 편하게 하고 싶은 것 누리길"





(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송정(35) 씨가 홈플레이트를 향해 공을 힘껏 던졌다.

홈플레이트 뒤를 지킨 남편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은 웃으며 공을 받았다.

이승엽이 정든 그라운드와 작별하는 날, 이송정 씨는 변함없이 남편 곁을 지켰다.

그리고 남편의 땀이 깃든 그라운드 위에 서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이송정 씨는 이승엽 은퇴경기가 열린 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넥센 히어로즈전 시작을 알렸다.

'국민타자' 이승엽의 아내로 16년째 살아온 그였지만,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온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송정 씨는 "정말 내가 시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남편의 마지막 경기에 삼성 구단에서 우리 가족에게 멋진 추억을 만들어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시구를 위해 그라운드로 걸어오는 이송정 씨의 눈에 '등번호 36번'이 보였다. 이날 삼성 선수들은 모두 이승엽의 등번호 36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이송정 씨는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선수들 모두 36번의 박힌 유니폼을 입은 걸 보고 울컥했다. 멋진 은퇴식을 준비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날 오전, 이승엽은 이송정 씨에게 연식 공을 주고 "한 번 던져보라"고 했다.

단 한 번 공을 던졌는데, 이승엽은 "정말 잘 던진다"고 칭찬했다. 더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송정 씨는 실제 시구도 무난하게 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이승엽은 은퇴한다.

비 시즌에도 야구만 생각하던 남편 이승엽이 집에서 지낼 시간이 늘어난다.

이송정 씨는 "남편이 야구장에 일찍 가는 편이었다. 집에 있는 남편의 모습을 아직은 상상할 수 없다"며 "내일도 오전에 야구장으로 출근할 것 같다"고 웃었다.

경기 전 이승엽은 "골프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허락하면 당분간 골프를 즐길 생각"이라고 했다.

이송정 씨는 "제가 어떻게 허락을 안 하겠어요"라고 웃은 뒤 "남편이 그동안 힘든 시간을 많이 보냈으니, 이제 편하게 하고 싶은 걸 누렸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승엽과 이송정 씨는 2002년 1월 결혼했다.

이송정 씨는 16년째 '국민타자' 이승엽 곁을 지키고 있다.

이승엽은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대스타의 아내로 지낸 이송정 씨도 조심, 또 조심했다.

그래서 이승엽은 가장 사랑받는 야구 선수로 23년을 보냈다. 이승엽도, 이송정 씨도 서로에게 고마워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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