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휴일밤 피로 물들인 '악몽의 콘서트'…4만 군중에 무차별 총격

입력 2017-10-02 23:57
美휴일밤 피로 물들인 '악몽의 콘서트'…4만 군중에 무차별 총격

사상 최악의 총기 사건으로 美전역 충격…10~15분간 기관총 난사로 사상자 500명 육박

범인 호텔방서 숨진채 발견·화기 10정 발견…"사흘전 호텔에 투숙"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지난 1일 밤 10시 8분(현지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의 중심가인 스트립 지역의 야외 공연장.

여느 일요일처럼 4만여 명의 시민과 관광객들은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야경을 배경으로 여유있게 음악 축제를 즐기던 때였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축제의 피날레 무대였다.

음악축제 '루트 91 하베스트' 무대에 오른 컨트리 가수 제이슨 알딘의 공연이 끝나갈 무렵, 허공에서 느닷없는 총성이 울렸다.

음악 소리와 뒤섞여 순간 폭죽으로 들리기도 했지만, 이내 공연은 중단됐고 콘서트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한 목격자는 "콘서트장 건너편 만델레이 베이 호텔에 고층에서 섬광이 보였다"고 전했다. 관객들은 반사적으로 땅바닥에 몸을 숙이거나 비명을 지르며 반대쪽으로 흩어졌다.

총성이 들리자 한 여성이 "엎드려"라고 외쳤고, 곳곳에서 "고(GO), 고, 고"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대에 가까이 있었다는 한 여성은 CNN에 "사람들이 갑자기 내려오는데 왜 갑자기 피하는지, 누가 총에 맞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 여성은 "내 딸이 없어졌다"면서 울부짖기도 했다.

현장에 있었던 라디오 시리어스XM의 진행자 슈테르머 워런은 "처음엔 폭죽이 불발된 줄 알았다"며 "세 번째쯤 됐을 때 뭔가 잘못된 걸 알았다"고 설명했다.

CNN 형사분석가 제임스 가글리아노는 "총성을 들어보면 탄알 띠를 장착한 군사화기 소리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범인이 탄알 띠를 갈아끼는 듯 잠깐씩 멈추면서도 상당 시간 총격은 이어졌다.

관람객 코디악 야지는 AP통신에 "총격이 5분 이상 이어졌다"고 말했다. 총격이 10~15분간 이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곧바로 경찰차 수십여 대가 스트립 지역에 집결했다.

특수기동대(SWAT) 요원들은 만달레이 베이 호텔 29층을 수색한 뒤 범행 장소였던 32층으로 올라갔다. 자정을 넘어설 무렵, 현지 경찰은 범인을 제압(down)했다고 언론에 전했다. 사건 발생 약 2시간 만이다.

경찰은 총기 난사범은 현지 거주민인 스티븐 패덕(64)이라고 신원을 공개했다. 애초 경찰과 대치하다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적으로 자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패덕은 묵었던 호텔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0개 안팎의 화기도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단독범행에 무게를 두면서도 "범행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테러와 연관된 범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경찰 분석도 나왔다.

AP통신에 따르면 패덕은 지난달 28일 호텔에 체크인했다. 휴일 밤 범행을 위해 사흘을 묵었다는 의미다.

최초 '2명 사망·24명 부상'으로 알려진 피해 규모는 가파르게 불어났다. 어느 정도 사건 현장이 정리되고 나서 경찰은 사망자가 최소 50명을 웃돌고 부상자도 40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10월 첫 주를 맞은 미국. 역대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기록될 이번 사태로 미 전역은 충격에 빠졌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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