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선한 사마리아인'법 실시…'타인곤경 못본척' 풍조 사라질까

입력 2017-10-02 13:04
中 '선한 사마리아인'법 실시…'타인곤경 못본척' 풍조 사라질까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에서도 곤경에 처한 낯선 이를 구조해주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나오게 될까.

중국에서 '호인(好人·착한 사람)법'이라고 불리는 민법 총칙 제184조 개정안이 1일부터 정식 시행됐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2일 보도했다.

개정 법은 우선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다 피해를 입은 '선한 사마리아인'을 보호하기 위해 타인의 권익을 보호해 주려다 피해를 당했을 경우 권익을 침해한 사람이 보상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도와주려다가 의도치 않게 상대방이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도 '선한 사마리아인'의 민사책임은 면해진다. 권익을 침해한 사람이 달아났거나 책임질 능력이 없을 경우 수익자가 보상토록 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이런 내용이 법제화된 것은 중국에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다 되레 큰 피해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남을 돕는 것을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해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난징(南京)에서 발생한 이른바 '펑위'(彭宇) 사건은 '호인법' 논의를 촉발한 계기가 됐다. 당시 일용노동자인 펑위는 버스 승강장에서 쓰러진 노인을 부축하고 가족에게 연락해 병원 치료를 받도록 도왔으나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 법정에 서게 됐고 1심 재판부로부터 4만5천여위안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 중국에서는 선의로 베푼 행동이 도리어 자신에게 화를 미칠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못 본 척 지나치는 일이 자주 발생해 사회 문제가 됐다.

2011년 10월에는 광둥(廣東)성 포산(佛山)에서 두 살배기 아이가 두 번이나 차에 치였지만 지나가던 18명의 행인이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아 결국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5년엔 광둥성 둥위안(東源)현에 사는 우웨이칭(吳偉靑)씨가 길가에 쓰러진 노인을 구해줬다가 되레 폭행범으로 몰리자 억울함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고도 보따리 내놓으라' 식의 봉변이 이어지면서 '비에관셴스(別管閑事·남의 일에 관여하지 마라)'는 자녀교육 제1조가 됐고 이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부족한 문화를 만들었다.

가장 극명하게는 지난 5월 중국 웨이하이(威海)에서 발생한 한국 유치원 통학차량 화재 사고 당시 주변 차량들이 정차해 도움을 주지 않고 그냥 지나치던 모습이 그 단면이다.



결국 중국 사회가 극단적 물질주의에 젖어 도덕성 상실의 위기에 처해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면서 작년부터 '호인법' 제정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청신원(程新文) 중국 최고인민법원 판사는 "외국의 법률규정과 판례 등을 살펴봐도 '정의로운 행동'을 고무하고 격려하는 유사한 법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호인법'이 중국인들이 타인의 돌발 질환이나 우발적 사건 사고에 긴급 구조 대응에 나서는 문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법 시행을 계기로 자동 심장충격기(AED) 사용법에 대한 교육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발표된 중국 심혈관계 질병 보고서는 도시지역에서 급성 심근경색 질환에 따른 사망률은 2006년 10만명당 184명에서 2015년 265명으로, 농촌지역은 177명에서 298명으로 급증하면서 사망률 1위의 질병이 됐다고 전했다.

왕청(王成) 베이징(北京)대 법학과 교수는 "정의롭고 선한 사람들이 뒷걱정 없이 도움의 손길을 뻗도록 한 제도이지만 적절하고 유효한 도움을 줄 수 있으려면 관계당국과 사회기관이 응급구조 지식 및 기능의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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