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경절에 홍콩인 수만명 시위 "정치탄압 중단하라"

입력 2017-10-02 12:29
中 국경절에 홍콩인 수만명 시위 "정치탄압 중단하라"

잇단 민주화운동가 실형 선고에 '법무장관 퇴진' 요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건국 기념일인 국경절(10월 1일)에 홍콩인 수만 명이 민주화 운동가에 대한 탄압 등을 규탄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2일 홍콩 빈과일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오후 홍콩 도심에서는 주최 측 추산 4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가두시위를 벌였다. 경찰 추산 시위 참가자는 4천300명이었다.

범민주파 정당인 사회민주연선(사민련·社民連) 등이 주도한 이날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권위주의 통치 중단하라', '림스키 웬 퇴진하라', '홍콩 독립을 요구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림스키 웬(袁國强)은 한국의 법무부에 해당하는 율정사(律政司)의 사장으로, 법무부 장관 격이다.

사민련의 에이버리 응(吳文遠) 주석은 "홍콩은 권위주의 통치에 직면해 있지만, 홍콩인들은 이를 결연하게 반대한다"며 "권위주의 통치의 앞잡이인 림스키 웬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도심 광장에서 집회한 후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홍콩 주재 중국 연락판공실(중련판·中聯瓣)으로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붉은색 바탕에 다섯 개의 별이 그려진 중국 국기 '오성홍기(五星紅旗)'를 빗대 검은색 천에 다섯 개의 별을 그린 대형 현수막을 중련판 정문에 내걸기도 했다. 이는 홍콩이 중국 정부의 간섭으로 인해 암흑시대에 들어갔음을 의미한 것이다.



이날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림스키 웬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은 최근 민주화 운동가에 대한 법원의 가혹한 판결이 잇따랐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홍콩 고등법원은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였던 '우산 혁명'을 이끈 주역인 학생 지도부 핵심 리더 3명에게 불법집회 참가죄와 타인 참여 선동죄로 지난달 실형을 선고했다.

조슈아 웡(黃之鋒)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비서장과 네이선 로(羅冠聰) 주석, 알렉스 차우(周永康) 전 홍콩전상학생연회 비서장은 각각 6개월, 8개월, 7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 1심인 홍콩 동구법원이 이들에게 사회봉사명령과 집행유예를 내렸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이들은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당해 지방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정부의 개발계획에 항의 시위를 벌인 13명의 활동가에 대한 3건의 항소심에서도 재판부는 1심에서 내린 사회봉사명령이 불충분하다며 최고 징역 13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앞으로도 100여 명의 활동가에 대한 재판이 남아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홍콩의 법치주의는 사라지고, 법과 제도는 권위주의 통치의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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