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관중 경기·국기 물결…축구장에도 '카탈루냐 독립투표' 폭풍(종합)

입력 2017-10-02 15:28
無관중 경기·국기 물결…축구장에도 '카탈루냐 독립투표' 폭풍(종합)

카탈루냐 독립 투표일에 바르사 '무관중 경기'

'독립 반대' 마드리드 관중석에 스페인 국기 물결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 노우에서 열린 FC 바르셀로나와 라스 팔마스의 경기는 홈팀 바르셀로나의 3-0 완승으로 끝났다.

리오넬 메시가 두 골과 도움 하나로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같은 날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는 홈팀 레알 마드리드가 에스파뇰을 2-0으로 제압했다. 이스코가 멀티 골을 뽑아냈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이하 라리가)의 양대 강팀이 홈에서 승리를 거둔 특이할 것 없는 경기들이지만, 경기 분위기는 두 팀의 그 어떤 홈 경기와도 달랐다.

바르셀로나 경기는 관객 1명 없이 텅 빈 관중석에서 치러졌고, 관객이 가득 들어찬 마드리드 경기장엔 A매치도 아닌데 스페인 국기가 넘실댔다.

카탈루냐 주 정부가 중앙 정부의 '불법' 규정에도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강행한 가운데 치러진 이날 라리가 경기는 격랑에 빠진 스페인 상황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카탈루냐 주에 속한 바르셀로나는 공교롭게도 투표 날과 겹친 이날 홈 경기 일정을 변경해줄 것을 라리가 측에 여러 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독립을 지지하는 카탈루냐 시위대는 경기가 강행되면 그라운드에 난입해 저지할 것이라고 공언했고, 이날 경기 직전까지도 보안 우려로 경기가 취소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 시작 25분 전 바르셀로나 구단은 경기를 예정대로 치르되 이미 경기장 앞에 도착한 수천 명 관중을 입장시키지 않기로 했다.

보안 우려 때문이 아니라 경기 연기를 불허한 라리가에 대한 항의의 뜻이었다.

주제프 바르토메우 바르셀로나 회장은 "경기를 중단시키려 애썼으나 불가능했다. 경기에 임하지 않으면 승점을 잃을 수 있었다"며 "우리가 지금 카탈루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불만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비공개 경기를 치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치러진 경기에서 라스 팔마스 선수들은 유니폼 오른쪽 가슴에 스페인 국기를 단 채 경기했다. 카탈루냐의 독립에 맞서 하나의 스페인을 지지한다는 의미였다.



바르셀로나는 그동안 카탈루냐의 독립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삼갔지만, 독립투표가 정당하다는 입장은 분명히 해왔다.

바르셀로나 선수 중에서도 주민투표 지지 목소리를 강하게 내온 헤라르드 피케는 경기 후 기자들 앞에 서서 울먹이며 "오늘은 프로축구 선수로서 최악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경기에 앞서 투표 인증샷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한 피케는 "난 카탈루냐인이며, 카탈루냐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자랑스럽다"며 "감독이나 연맹이 내가 스페인 대표팀에 속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대표팀에서 빠져도 상관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치 스페인 중앙 정부와 카탈루냐 지방정부의 대리전처럼 펼쳐진 것은 마드리드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홈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한 에스파뇰 역시 바르셀로나를 연고로 한 팀이었다.

마드리드는 홈 관중에게 스페인 국기를 나눠줬고, 관중은 경기 중 국기를 휘날리고 국가를 합창하며 카탈루냐 독립 반대 메시지를 던졌다.

몇 안 되던 에스파뇰 관중은 카탈루냐기를 펼쳐 들었다.



한편 이날 카탈루냐 지역을 연고로 하는 2부 리그 바르셀로나B와 짐나스티크의 경기는 보안상의 이유로 취소됐다.

아울러 카탈루냐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유스 경기와 하부 리그 경기는 모두 열리지 않았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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