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지방법원 판사 어떻게 뽑나…'통일 후' 연구하는 대법원
北 체제 협조한 법조인 솎아내고 일부는 흡수해 재임용 계획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대법원이 통일 후 북한지역 법원의 판사를 어떻게 충원할지 연구하고 있어 법조계의 관심이 쏠린다.
3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약 300명의 현직 북한 판사들을 어떤 식으로 재임용하고 탈락시킬지 등의 기준·절차를 마련하는 '통일 후 북한지역 법관·법원공무원 충원 방안' 연구 용역을 지난달 중순 입찰 공고했다.
행정처는 북한의 사법부인 재판소가 김정은 독재 체제를 수호하는 역할을 했다며 "북한 법조인은 체제 협조 전력 등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수 있는 만큼 일정 기준을 통해 재임용 대상을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북한 법관 재임용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북한 판사들을 솎아내고, 재임용 심사를 통과한 북한 판사는 교육을 거쳐 통일 사법부로 흡수하겠다는 것이 행정처가 공고를 통해 밝힌 방향이다.
행정처는 이 과정에서 북한 정권의 불법 지시를 거부해 탄압받은 판사의 복권·재임용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통일 후 북한지역 법원에 몇 명의 판사가 필요한지도 연구의 대상이다.
참고로 삼을 수 있는 유일한 선례는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동독 판사 재임용이다. 당시 동독 판사 1천580명 중 701명이 심사를 거쳐 한시적으로 재판에 투입됐고 3∼5년 근무 후 일부는 종신 판사가 됐다.
행정처는 "독일은 자유민주주의·연방주의·법치국가에 대한 신념, 과거 경력과 관련한 도덕·정치적 완전성, 법률지식, 재교육 의사, 독립적 판결 능력 유무, 직업윤리 의식 등을 재임용 기준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행정처는 이와 함께 통일 후 '기피 근무지'가 될 북한지역 법원에 파견·전보할 판사들에게 인사 혜택, 경제적 지원, 해외연수 기회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통일 직후 북한은 사회 불안, 재산권 재편, 기업 사유화 등으로 법적 분쟁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도 동독 지역에서 범죄가 크게 늘며 판·검사 수 부족에 따른 사법 공백이 생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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